'한의사 전문약 사용 위험'···전문가들 '복지부, 지침 마련'
“의료사고 발생 후 제재는 사후약방문 조치로 제도 정비 시급' 촉구
2019.08.28 05:4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전문의약품 사용을 확대한다고 선언하자 의료계는 안정성을 두고 우려감을 표했다. 전문지식에 따라 사용하지 않으면 부작용 위험이 높은 전문의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이 환자들을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한 법적 규정은 현재 모호한 상태로 적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는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안전한 의료행위를 감독해야 할 복지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13일 한의협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한 함소아제약에 수원지검이 최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로 앞으로 한방치료에 전문의약품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불기소의견서에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을 처벌할 수 있는 금지 규정이 없다”고 말하며 적법함을 인정했다는 주장이다.


또 검찰이 전문의약품의 처방 권한을 정하는 약사법 23조와 관련, “해당 조항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라는 의약분업 원칙을 규정하는 것으로 한의사의 의약품 처방 범위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곧장 반발했다.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제약사에 대한 불기소 의견일 뿐, 리도카인을 사용해 왕도약침을 놓은 해당 한의사는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을 냈다는 사실이 핵심이라 말했다.


이에 한의협 측은 “소송에 피로감을 느낀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한방 의료행위로써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라며 소송이 계속됐다면 리도카인 사용에 한방원리가 적용됐음을 입증하고 벌금형도 선고받지 않았을 것이라 반박했다.
 

이처럼 의·한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복지부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복잡해지는 문제로, 직역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을 것”이라며 “의료법이 직역 범위를 정하기 위한 취지의 법이 아닌 만큼 (위법여부를) 당장에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의 적법여부에 대한 논란이 그간 계속됐음에도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복지부에 일각에서는 문제를 제기한다.


의사단체 관계자는 “의료법과 약사법에서 모든 직역 범위를 세세하게 정할 수 없는 만큼, 법이 명시하지 않은 부분은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보완해야 하는데 복지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뚜렷한 지침 없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환자들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리도카인과 같이 신경을 차단하는 국소마취제는 부작용 위험성이 높아 정확한 사용 지침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리도카인은 극소량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약물”이라며 “리도카인을 비롯한 전문마취제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환자들의 의료사고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처벌규정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의료사고 발생 후 제재가 이뤄지게 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의사 출신 A변호사는 “현행법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 자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가 한방치료와 관련 없이 전문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제보 등이 없으면 제재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주로 의료사고가 났을 때 환자의 문제제기로 한의사 행위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사후약방문격인 조치가 아닌가 걱정된다”며 “하루빨리 복지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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