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회장이 문재인케어에 찬성하는 대신 첩약급여화를 약속받았다는 ‘정책거래’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제언 행사를 진행하는 등 여당과 우호적인 한의협 행보가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최혁용 회장과 청와대 유착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10월7일 한의협 공식 유튜브 채널 ‘이슈 브리핑’에는 지난 9월20일 한의협 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관으로 열린 ‘더불어 2019 정책페스티벌’의 자세한 내용이 소개됐다.
‘더불어 2019 정책페스티벌’은 253개 지역위원회와 당원들이 좋은 정책을 직접 제안, 선별을 통해 내년 21대 총선의 정책 공약으로 채택한다는 취지의 행사다. 한의협은 ‘고령사회의 1차 의료 강화를 위한 한의학의 역할과 미래 국회 토론회’란 주제의 세부포럼을 주최했다.
행사를 주관한 더불어민주당 직능국 관계자는 한의학 관련 포럼 편성 계기에 관해 “한의협과는 오랫동안 정책적으로 연계를 해온 관계”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직능국은 전국직능대표자회의를 통해 각 직능단체와의 대외협력을 추진한다.
그는 “오랫동안 한의협은 적극적이고 협력적인 자세로 당에 정책제언을 해왔다”며 “협력관계를 이어온 역사성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이해관계 또한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 한의학을 주제로 한 세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한의협에 참가 제안을 건넸고, 이를 수용한 한의협이 최근 관심을 두고 있던 1차 의료 관련 정책을 주제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다른 주요 의료단체는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의협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은 한의협뿐만 아니라 여러 보건의료단체와 정책제언을 하는 다양한 행사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17년에는 의협, 치협, 한의협, 간협, 약사회가 함께 더불어민주당 직능국에 정책건의안을 전달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며 한의협이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해 포럼에서 한의협은 ▲한약제제 급여화 ▲초음파 및 X-ray 사용 ▲진단기기, 약침술, 혈액검사 급여적용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의 정책을 제언했다.
또 ▲지역중심 방문진료 시범 사업 및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및 치매 진단 소견서 발급 사업에 한의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동영상을 통해 “이번 행사에는 백재현, 남인순, 기동민, 박광훈, 김두관,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참가해 한의학 관련 정책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했다”고 밝혔다.
한의협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서 민주당 전국직능대표자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백재현 의원은 “한의사의 장애인주치의 제도 참여,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 한의사의 커뮤니티케어 사업 참여와 이를 위한 각종 의료법 개정 추진은 국민들 입장에서 건강권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이라고 언급했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은 “오늘의 토론이 단순히 토론으로서만 매듭짓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반영돼 국민들의 건강권 확대라는 소기의 목적을 반드시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문재인케어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첩약 급여화를 약속받았다”라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며 청와대 유착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지난 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유한국당의원들로부터 고강도 질의를 받았다.
특히 국감에서 최 회장의 ‘청와대 방문’ 녹취록을 공개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한의사협회장과 청와대 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내세우려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비호 행위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김 의원은 “복지부에서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 데이터를 갖고 오라해서 청와대를 찾아갔다. 문케어에 한방은 아예 들어있지도 않았다. 엎드려 울면서 빌었다”고 발언하는 동영상 자료를 공개하며 “청와대에 간적 없다고 했는데 저분은 누구인가. 큰일 날 소리를 하고 계신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김 위원 지적에 최 회장은 “청와대를 방문하지 않았고 첩약 급여화를 요청한 사실 또한 없으며, 해당 녹취록의 표현은 에둘러 말한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순례 의원에 이어 최 회장의 청와대 방문 의혹을 지적한 김명연 자한당 의원은 “엎드려 부탁했다는 것은 대상자를 앞에 두고 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갔다는 것 아니냐”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회장 당선 무효도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엎드려 부탁하지 않았어도 선출직이 그런 과장된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