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형외과의사회 상임이사들로 구성된 ‘유령수술 근절 특임위원회’가 내놓은 그랜드성형외과 관련 자체 조사 결과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유령수술 예상 피해 환자만 최대 20만명으로 추정되며 시술건수는 실제 환자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임위원회 조사 결과대로라면 대한민국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현재 의사회 측은 "이번 사건을 단순 의료법 위반이 아닌 ‘사기, 특수폭행, 상해, 살인미수’ 범죄로 다뤄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랜드성형외과가 개설 초기부터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유령수술을 자행했기 때문에 죄질 자체가 매우 불량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사건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회 측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개설된 ‘그랜드치과’는 환자들을 속이기 위해 지난 7년 동안 간판도 없이 운영됐다. 그랜드치과가 그랜드성형외과의 전신인 셈이다.
이어 “지난 5년 간 탈세 금액만 약 1000억원 이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그랜드성형외과가 유령수술을 은폐하고자 수백만장에 달하는 진료기록부를 대형 문서세단기 5대 이상을 동원해 파쇄했다는 점이다.
내부 고발자 등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이 거의 입증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선웅 법제이사는 “모든 진료기록 및 전산기록이 삭제되기 전에 일부 양심선언에 참여한 후배 의사들을 통해 지난 2년 간 벌어진 일부 수술기록을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1983년 미국 뉴저지 대법원에서 나온 판례가 제시됐다. 당시 뉴저지 대법원은 “유령수술은 폭행, 상해, 사기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자가 행위자(의사) 의료과실에 대해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즉, 유령수술을 입증하는 부분에 있어 사실 여부만 따지면 될 뿐 의료과실을 찾아내기 위해 진료기록부 등까지 면밀히 조사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의사회 "수백억 은닉해서 고위 공직자 등 전달 가능성"
김선웅 법제이사는 “국내 판례가 아니긴 하지만 유령수술 관련 가장 명쾌한 판결”이라며 “유령수술은 환자가 보낸 신뢰를 의료진이 헌신짝처럼 버린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일각에서 유령수술을 ‘무면허수술’과 혼돈하는 점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유령수술이 ‘면허증을 소지한 자에 의해 벌어진 범죄’라는 사실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선웅 법제이사는 “환자의 동의가 없다면 칼, 전기톱(수술도구)이 의료면허 소지 여부를 떠나 누구의 손에 있던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유령수술이 자행되는 병의원은 더 이상 의료기관이 아니라 생체실험실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그랜드성형외과병원이 수백억원의 은닉 재산을 동원해 공직자들을 유혹,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웅 법제이사는 “양심선언을 한 일부 의료진 및 직원을 제외한 그랜드성형외과 관련자 모두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더 이상 유령수술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성형외과의사회는 유령수술 피해 사례를 모으기 위해 추가적인 증거 수집에 나서고 있다”며 “2008년부터 그랜드성형외과에서 시술은 받은 모든 환자는 잠재적 피해자다. 적극적인 참여와 제보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