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 치료현장에 투입됐던 간호사들이 아픈 몸으로 감염병과 사투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는 27일 ‘코로나19 대응 현장의 간호사 근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간호사 대다수가 불충분한 사전교육과 휴식시간, 보호장구 부족 등으로 두려움을 경험했음이 확인됐다.
해당 설문조사는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근무 여건을 비롯한 관리체계 경험을 통해 제2의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대상은 감염병 전담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지정병원, 중증응급진료센터 지정병원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한 의료기관, 선별진료소 등의 소속 간호사와 파견 간호사 960명이었다.
조사결과 전체 간호사의 절반 이상(55.7%)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인식하면서도 2일 이상 출근을 했고, 이 중 27.3%는 거의 매일 몸에 이상을 느끼면서도 정상근무를 해야만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응답은 대구․경북지역에서 근무한 간호사가 그 외 지역 대비 1.9배, 원내소속 간호사가 파견 간호사 대비 3.2배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형태는 3교대(72.1%)가 가장 많았고 하루 평균 1시간 넘게 초과근로를 한 경우도 16.8%에 달했다.
적정보상 등에 관해 병원 소속 간호사의 93.8%가 '특별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답해 파견 간호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간호사 4명 중 3명(76.5%)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답했고,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 누적(52.6%), 장시간 근무에 따른 집중력 저하(31.7%) 등을 감염 위험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근무 종료 후 자가격리도 하지 못했다'고 답한 간호사도 10명 중 7명(70.3%)에 달했고, 파견 간호사(23.2%)에 비해 원내소속 간호사(77.5%)가 자가격리를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사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레벨D 방호복 착용’을 꼽았다. 방호복을 착용한 근무시간은 평균 2시간이 47.4%로 가장 많았고, 간호사 4명 중 1명은 4시간 이상 환복이나 탈의 없이 근무(24.3%)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호복 탈의 후 휴식시간도 10명 중 4명이 1시간 이하(40.4%)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이는 ‘1일 8시간 근무 시 2~3시간마다 30분 휴식하도록 한 복지부 파견 지침과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간호협회는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피로 누적은 면역력과 집중력 저하로 또 다른 의료체계의 붕괴 등 심각한 위험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호구 부족·사전교육 미비 등 총체적 부실
설문 응답자의 65.3%는 보호구 등 물품 부족을 경험했으며, 더 나아가 보호구를 재사용했다는 답변도 19%나 됐다. 의료진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관련 물품의 확보와 적정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전교육의 경우 파견 간호사들은 대부분(92.0%)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나, 원내 간호사의 22.5%는 별도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내용도 방호복 탈착 방법(31.6%) 외에 교육내용의 보완과 시간 확보 및 매뉴얼 표준화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 공간 관련 질문에는 36.0%가 '별도의 휴식공간이 없었다'고 답했다.
가족 감염위험 등으로 자택 외에 기숙사(15.5%), 숙박업소(12.1%), 원내(7.6%) 등에서 기거하면서 숙박비용을 자부담(23.2%)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대한간호협회는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이 개인의 헌신과 희생으로 위기를 잘 넘기긴 했지만 보다 안전하고 상시대응 가능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역체계의 운영을 개별 병원에 맡기기 보다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가동하면서 물품과 인력 수급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소통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