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학생들의 인권 침해로 눈살을 찌푸렸던 관장실습과 관련한 파문이 빚어진 지 한 달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간호대학들은 사회적으로 학생들 인권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만큼 향후 실습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국의 간호대학 학장들은 앞으로 간호교육 실습에서 윤리적인 부분과 학생들의 인권과 관련해서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한국간호대학장협의회 임숙빈 회장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협의회의 하계 워크숍을 통해 실습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최근 관장실습 등으로 간호교육에서 학생들의 인권 침해가 문제가 된 만큼 이 부분을 최대한 포함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SNS를 통해 불거진 관장실습에 대해서 임숙빈 회장은 이처럼 학생을 대상으로 한 관장실습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최근 문제가 된 간호대 학생들 대상 관장실습 논란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간호대학의 실습 교육과정은 이전과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전과는 달리 환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어 대부분은 시뮬레이션 교육으로 대체한다. 관장실습은 굉장히 드문 경우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환자와 간호사만 있는데 수업에서는 그 이외에 이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다. 병원과 똑같은 환경이 주어지지도 않는다"며 "아파서 간호사에게만 보이더라도 창피할 수 있는데 한 조에 한 명이면 보는 눈이 너무 많다. 학생들이 문제 삼은 것에 공감한다. 환자 인권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해당 관장실습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학장들 사이에서도 관장실습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임숙빈 회장은 "관장실습 논란과 관련해 주변 학장들도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SNS에 관장실습 뿐 아니라 L-tube 삽입 등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털어놓은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이미 벌어진 일인 만큼 이를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간호교육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협의회에서 자체적으로 강제성을 가질 수는 없다는 실정을 인정했다.
임 회장은 "협의회이기 때문에 단체 자체적으로 강제성을 가질 수가 없다"라며 "좀 더 나은 간호교육을 하기 위해 간호대 학장들끼리 모임을 갖게 됐다. 하지만 학장들도 이 같은 논란 대해 인식해 학생들의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생들도 받아들이는 선에서 '공감' 중시하는 교육 추진"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학장도 공감해야 하는 이유로 임 회장은 "간호교육에서 '소통과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간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소통과 공감"이라면서 "바쁜 시간이지만 정말 의미있는 간호를 하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곳이 간호학과다. 아픈 사람은 마음도 약해지기 쉽고 작은 일에도 민감해진다. 이런 사람에 공감하고 간호하는 의미 있는 일이 간호다. 이 의미가 상하지 않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자에게 의미있는 일을 하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 소통과 공감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환자를 대신해 실습 대상이 된다고 해서 공감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한다. 어떤 교육과정이라도 학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협의회는 앞으로 간호대 실습 과정에서 윤리적 측면을 고려해 인권과 관련한 부분도 반영할 방침이다.
임숙빈 회장은 "하반기 워크숍에서 학생들 실습과정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간호교육 실습이 어떻게 적절하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지난 여름에 연구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실습교육을 통해 심층적인 지식을 습득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꾸준히 협의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에는 학생들이 1000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고 학교가 많다보니 실습 환경도 녹록치가 않다. 환자들은 학생에게 간호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실습을 통해 간호사가 될 준비를 마쳐야 하는 것이다"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실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관장실습이 논란이 된 만큼 윤리적인 측면과 학생 인권 보호까지 반영한 실습교육 방안을 하반기 워크숍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