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증상이 미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의 경우 자가격리 상태로 스스로 치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병상 부족 문제 해결과 중증환자에 대한 집중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대구에는 확진 후 대기 중인 환자만 700명에 달한다.
28일 확진자 571명이 추가되면서 국내 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전날 505명 추가보다도 많아 1일 확진자 증가폭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구·경북 지역 누적 확진자는 1988명(대구 1579명·경북 409명)이다. 이날에만 각각 447명, 64명이 추가되면서 입원하지 못하고 대기상태인 환자는 더욱 늘게 됐다.
확진환자는 당분간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음압격리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작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질 위험이 크다. 입원이 늦어진 중증환자가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보건당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현재 확진자 가운데 16명은 중증 이상의 상태다. 자가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나 기관삽관 등이 시행된 위중한 환자는 10명, 산소마스크로 산소공급 치료를 받는 환자는 6명이다.
정부, 경증환자 ‘자가격리’-중증환자 ‘입원치료’ 등 구분방안 마련
보건당국은 경증환자를 자가격리 상태에서 치료하는 방안 등을 전문가들과 고민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입원 대기 중인 환자 중에서도 경증이거나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사례가 있고, 이들을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선별, 적절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권 본부장은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해서도 중증도를 분류하고, 병상을 적정하게 배정하는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환자 분류를 위해 전문가 집단과 논의, 그 기준으로 기저질환 확인과 함께 맥박, 수축기 혈압, 호흡수, 체온, 의식 수준 등 5가지 지표를 고민중이다.
권 부본부장은 “5가지 지표를 통해 환자를 경증부터 최고로 위중한 경우까지 4단계로 나눠 각 환자의 상태에 맞는 입원·격리·관찰 등 구분을 하는 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는 감염원 차단과 피해 최소화 정책과 동시에 사회적 격리까지 강화해 시행 중”이라며 “국내에서의 유행을 줄이기 위한 기로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도 “지침에 따라 각 시·도 단위로 중증도 분류를 맡을 팀을 만들고, 국립중앙의료원에 환자 이송을 위한 전원조정센터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의협·병협 포함 전문가들 “환자 대확산 가능성 대비, 병상 효율적 운용” 권고
코로나19 환자 주치의로 구성된 중앙임상위원회도 경증 환자를 자가 격리해 치료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환자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 이른바 ‘코로나19 의료전달체계’를 통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집에 있고, 중증이면 2·3차 의료기관 찾고, 심각한 상태면 인공호흡기 등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배정해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의료계도 병상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확진자의 위험인자와 중증도에 따라 입원기준을 마련하는 대응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하루 전국에서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병상은 한정돼 있고, 특히 음압병상은 전국에 1000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 같이 권고했다.
의협 관계자는 “무증상·경증·위험인자가 없는 환자 등은 관리가 가능한 시설에 격리하고, 산소치료 이상이 필요하거나 기저질환과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 고령환자는 전담병원에 입원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도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급증함에 따라 환자를 경증부터 중증, 위중한 경우로 나누는 분류기준을 빠르게 마련,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 의료진 보호 아래 공공시설에서 관리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증세는 있지만 중증으로 진전되지 않은 환자는 즉각적인 의료적 처치가 가능한 국가 감염병 관리병원에서 전담 치료하고, 중증 환자는 음압·격리병실을 갖춘 국가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치료받도록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