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일어난 소위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에게 사고 당일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某병원에서 근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늘어난 특이 정황이 발견됐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해당 병원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0년 790명이었던 처방환자는 2022년 1593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처방건수는 2020년 1078건에서 2022년 3746건으로 약 3.5배 많아지는 등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처방량 증가율은 더 높았다. 2020년 1655개에서 2022년 6622개로 약 4배 늘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6월) 기준 처방환자 1433명, 처방건수 3058건, 처방량 9140개로 이미 예년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 처방 현황에서도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많은 사례가 발견됐다.
해당 병원에서 연도별 향정신성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상위 2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A씨는 2022년 13건에 걸쳐 총 47개 프로포폴을 처방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 기준은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연간 처방량 상위 20명의 환자 중 12개 이상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사람은 2020년 2명 뿐이었지만 2021년 7명, 2022년 1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8명의 환자가 프로포폴을 12개 이상 처방받았다.
또 다른 환자 B는 2022년 무려 280개의 졸피뎀을 처방받았는데, 지난해 해당 병원에서 처방한 졸피뎀 560개의 절반이 이 사람에게 집중됐다.
환자 C는 2022년에만 향정약을 총 82건 처방받았다. 한 달 평균 7건 가까운 처방을 받은 셈이다. 그는 작년 한 해 동안 프로포폴 12건, 케타민 21건, 미다졸람 24건, 디아제팜 25건을 처방받았다.
인재근 의원은 “합법적·정상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대다수 선량한 의료기관을 위해서라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오남용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일벌백계해야 한다”면서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의 처벌 수위를 높여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법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