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병원 전공의가 집단 휴진이 4달을 넘겨 장기화한 초유의 사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가능성이 주목된다.과거 2000년 의약분업 파업, 2014년 원격의료 도입 파업,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사례에서 관련 판결이 나왔던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수술과 진료 일정이 이미 확정된 환자가 개별 병원 소속 전공의 및 의사 파업으로 수술,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할 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이는 민법 제750조에서 규정한 병원 및 의사들의 불법행위 또는 민법 제390조에서 규정한 채무불이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환자가 수술, 진료 일정의 지연으로 병세 악화가 입증될 경우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 및 의사는 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파업이 시작됐던 2월 20일 당일에만 A 대학병원은 수술의 30%가 연기됐고, 21일에는 30% 이상이 연기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의사 파업 당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언어장애와 간질 등 후유증이 생긴 7세 환아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7세 환아 가족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5억 5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바 있다.
병원 도착했을 당시 구체적 검사로 응급치료 의무가 인정됐지만, 미이행과 함께 의사 동행 없이 환아를 2시간 거리인 다른 병원으로 전원토록 해 치료 및 수술 시기를 놓쳤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도 파업 등 수술일정 연기에 따른 추가적인 법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복지부는 지난 18일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앞두고 "휴진에 동참하는 의대 교수들에게 병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집단 진료거부 방치 의료기관에는 건강보험 진료비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펼쳤다.
박민수 차관은 파업 초기부터 "환자 입원 지연 및 연기와 관련해 법률 서비스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에 연계했다. 정부는 피해 사례를 검토해 환자 치료 공백 없이 신속히 지원하고 필요 시 소송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 시 의료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의료 소송이 증가하는 분위기로 봤을 때 파업 이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여럿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파업에 의한 악화 입증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