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비축분이 있는 업체의 경우 여유가 있지만 대금 지불이 임박해 있는 업체의 경우에는 비용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20%에도 못 미친다.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이 가장 큰 국가는 중국과 인도다. 이들 국가의 경우 비용 지불을 자국 통화가 아닌 대부분 달러를 사용,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곧 원자재값 상승을 의미한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원자재값 상승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업체마다 원료의약품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즉각적인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원료의약품을 구매할 때 환율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지불 시기를 조정해 손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고환율이 오랜기간 유지될 경우에는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의약품 원자재 가격은 성분별로 다르지만 환율이나 수급 불안 등을 이유로 2배 가량 상승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업체의 경우에는 환율로 인해 이익을 보는 업체도 있다.
2020년 발사르탄 불순물 이슈로 인해 일부 업체는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던 원료의약품을 비교적 품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일본이나 유럽으로 거래선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엔화, 유럽은 유로화를 대금 지불에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화 기준으로 엔화와 유로화 가치는 1년 전보다 떨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들의 합성의약품에 대한 원료 자급 비율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원료약 수입 비중이 높아질 수록 환율 급등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