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오래전에 멸종한 호미닌(인간의 조상 종족)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해 인류의 진화과정을 밝혀낸 스웨덴 출신 진화유전학자 스반테 페보(67.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에게 돌아갔다.
왕립과학원은 페보 교수가 불가능해 보이던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선구적 연구 업적을 남겼으며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호미닌인 데니소바인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페보 교수는 수십년간 현대 유전체 분석 기술을 네안데르탈인 DNA 분석에 적용하는 연구를 한 끝에 4만 년 된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채취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DNA는 시간이 흐르면서 화학적으로 변형되고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수천 년 뒤에는 극히 일부만 남을 뿐 아니라 땅속에 묻혀 있는 동안 박테리아 등 다른 생물체의 DNA에 오염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페보 교수는 일반 DNA 대신 크기가 작은 미토콘드리아 게놈에 주목해 이를 분석하는 기술을 수십 년 동안 개선하는 끈질긴 연구 끝에 네안데르탈인 DNA 분석에 성공했으며, 이를 현생 인류 및 침팬지 게놈과 비교해 네안데르탈인이 완전히 다른 인류의 조상 종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연구는 특히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7만여 년 전 발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당시 각 지역에 살던 호미닌과 만났으며 이들 사이에서 짝짓기를 통한 유전자 교환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수만 년 전 이루어진 호모 사피엔스와 호미닌의 만남으로 현재 일부 지역 사람들의 게놈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1∼2% 섞여 있으며 일부 지역 사람들은 데니소바인 DNA를 1∼6% 가지고 있다.
왕립과학원은 페보 교수는 현생 인류와 멸종한 호미닌의 유전적 차이를 밝혀냄으로써 무엇이 인간을 독특한 존재로 만드는지 탐구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면서 그의 중요한 연구 성과는 '원시게놈학'(paleogenomics)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페보 교수는 이번 수상으로 40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두고 아버지 수네 베리스트룀(1916∼2002)에 이어 2대 연속으로 생리의학상을 받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생화학자인 아버지 베르스트룀은 호르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을 발견한 공로로 1982년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분야별 노벨상 수상자는 이날 발표된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된다. 수상자 발표는 모두 온라인(NobelPrize.org)으로 생중계된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들어 있는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문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리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상식이 축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열린 2020년과 2021년 수상자까지 한자리에 모인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 및 증서와 함께 상금 1천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원)가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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