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병원 건립 러시···격전지 부상 ‘서울 서남부’
이대·중대 이어 부영그룹 진출, 사활 건 한판승부 예고
2017.10.26 13:38 댓글쓰기

대형병원들이 신규 환자 확보를 통한 병원 수익 증대, 임상과 연계한 의료산업화 등을 목표로 ‘분원 설립’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아직 대형병원이 없는 서울 일부 지역과 수도권 인근에 새 병원을 지어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환자 유입 효과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병원들은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차원의 경쟁력이 아닌 고난도 중증질환 전문센터, 최첨단 진료 시스템 등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서울 및 수도권에는 가톨릭의료원을 비롯해 연세의료원, 을지재단, 이화의료원, 중앙대의료원 등이 경쟁적으로 분원 건립에 나선 가운데 서울 서남부 지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중앙대, 이화여대에 이어 부영그룹까지 병원 설립을 공식화 하면서 그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되온 이 지역이 의료계 ‘핫 플레이스’ 떠오르고 있다.

실제 강서구(60만명), 관악구(50만), 구로구(40만명), 금천구 (23만), 영등포구(37만) 등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인구 밀집지역이다. 대학병원들의 높은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 남부 연세의료원·북부 을지재단…서울 북부 은평성모병원
연세의료원은 오는 2020년 개원을 목표로 ‘용인동백 세브란스 병원’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은 일반 병실 669병상, 중환자실 86병상을 합쳐 총 755병상이 들어설 예정이다.

18개의 최첨단 수술실이 설치되며,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진료 과정을 전면 전산화한 디지털 병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용인시 최초의 상급 종합병원으로 출범하는 것이다.

은평성모병원 조감도대학교 캠퍼스와 부속병원을 동시에 만드는 곳도 있다. 을지재단은 ‘경기 북부지역 내 최대 규모 병원’ 설립을 목표로 을지대학교 의정부 캠퍼스와 부속병원을 짓고 있다.

반환 미군기지에 민간자본 6500억원을 투입하는 첫 사례다.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건립되는 캠퍼스는 2019년 11월,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로 지어지는 부속병원은 2020년 10월 완공이 목표다.

가톨릭의료원은 서울 25개구 중 아직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은평구에 808병상 규모로 ‘은평성모병원’을 건립하고 있다. 완공 예정 시점은 2018년 말이다.

이 병원은 급성기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부족한 은평구 지역의 특징을 고려, 심뇌혈관센터·암센터·척추통증 ·갑상선·소화기·폐·뇌 신경·여성 등 총 14개 전문진료 센터가 들어선다.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의정부을지병원, 은평성모병원은 각각 분당서울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과 경쟁구도를 보이며 운영될 전망이다.

중대-이대 경쟁 예고된 ‘서울 서남부 지역권’
이대의료원 새 병원 조감도이화의료원은 2018년 9월 완공, 2019년 2월 개원을 목표로 서울 마곡지구에 ‘이대서울병원’을 건립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35%를 넘어섰다.

1014병상 규모인 이곳 병원은 설계 초기부터 국내 대학 병원 최초로 기준 병실 3인실·중환자실 1인실을 선포했다.

의료원은 향후 우리나라 병원 진료시스템과 의료 문화 자체를 바꾸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5대 암·심뇌혈관질환·장기이식·척추질환 등 고난도 중증 질환을 특화 육성키로 했다.

미래형 질환에 대한 산학연 공동연구 역량 강화, 첨단 국제 진료센터와 프리미엄 건강증진센터 운영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병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중앙대학교병원이 경기도 광명시에 700병상 규모의 새 병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경쟁구도가 성립되는 모습이다.

광명시 시책사업인 ‘광명 의료 복합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중앙대병원은 종합병원 운영 사업자로 선정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89 일원(광명역세권지구 도시지원시설용지1-2) 부지에 오는 2021년 3월까지 약 7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하게 된다.

중앙대병원은 지난 2011년 3월 코레일에 임대로 운영하던 용산병원 철수 이후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에 단일 종합병원 체제로 운영해 오다 10여년 만에 또다시 의료원 산하 총 1500병상 규모의 양 병원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광명시에 건립될 새 병원은 건축 연면적 8만2600㎡(약 2만 5000평), 약 7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다.

지역환자 성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병원 운영방침을 수립해 뇌신경, 심혈관, 척추, 관절, 소화기암 등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진료를 특성화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대와 중대 새 병원 간 거리는 30km가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병원은 모두 상급종합병원을 지향하게 되면서 환자군이 겹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병원 진출 선언 부영그룹, 시흥동에 500병상 설립
재계에서 현금 자산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는 부영그룹이 병원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위치는 공교롭게 광명역과 불과 5km 남짓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일대다.

부영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최근 이사회 의결을 통해 933억원에 달하는 시흥동 금화로 주변 토지 2만㎡을 우정의료재단에 증여했다. 우정의료재단은 부영그룹이 재산을 출연한 곳이다.

대한전선의 옛 공장 터였던 해당 부지는 2012년 부영그룹이 병원 건설을 목적으로 사들였다. 이후 부영은 2015년 서남의대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재정기여 후보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교육 및 병원경영 경험 부족이 약점이 됐다. 보바스병원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도 언급된 바 있으나 결국은 인수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서 몇 남지 않은 재정비 촉진지구에 해당 하는 부지는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됐다. 대한전선 공장이 이전된 2004년부터 따져보면 근 10여년이 넘는 기간이었다. 이에 부영은 직접 의료법인을 세워 병원 건립에 나선 것으로 분석  된다.

 금천구에 의하면 설립허가를 받은 우정의료재단은 계획대로 병원 건립을 추진할 수 있다. 재단이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병원 건립은 내년부터 추진되며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500병상 이상을 보유하고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에 20개 이상 진료과목을 확보한 종합병원으로 추진되며 차후 건축계획에 따라 규모가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부영그룹은 건축비 250억을 현금으로 출자했고 기타 운영 관련 비용을 위해 추가로 200억의 현금을 출자한 상황이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제 막 허가를 받아 병원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부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병원 건립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부영그룹 또한 서울아산 병원을 시작으로 삼성·두산 등 대기업이 연이어 뛰어든 바 있는 의료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는 셈이 된다.

3000병상 훌쩍 넘은 최대 격전지, 어느 병원 승리할까
총 3000개를 훌쩍 넘는 서울 서남부권 근처 대형병원들의 병상수는 2020년 이후 다시 2000병상 이상 늘게 된다.

새 병원 부지와 거리상 가까운 곳으로 고려대 구로병원이 1100 병상, 이대목동병원 850병상, 서울시보라매병원 760병상,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은 560병상 규모다.

여기에 1014병상 규모의 마곡지구 이대서울병원, 700병상 광명시의 중대병원, 500병상 시흥동의 부영그룹 병원이 가세하게 된다. 이대목동병원이 다소 규모를 줄일 예정이지만 최소 5000병상이 운영된다는 얘기다.
기존 대학병원들은 새 병원이 들어서도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고대구로병원은 연구중심병원 2회 연속 지정, 2014년 암병원 건립 등을 통해 지역 내에서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 특화 의료기관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 병원이 들어서도 의료진의 술기나 의료원 산하 병원들과의 협력 네트워크 측면에서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서울 서남부권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으로 관악·동작·영등포구 주민 사이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 새 병원으로의 환자 유출이 덜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도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제2신관을 건립 중이며 차후 신안산선이 개통(2023년 예정)되면 오히려 추가로 환자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하지만 타 지역과 지방의 의료기관들이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어 환자 유입에 대한 전망이 그리 장밋빛은 아니다. 또 신도시 건설 등에 따른 인구 증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병원계 한 인사는 “의료기관 운영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기존 병원과 새 병원은 사활을 건 치열한 싸움을 펼치게 될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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