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CT를 설치하려는 비뇨의학과가 늘어날 상황인데, CT 설치 규제를 강화해 이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의원급이 대부분인 비뇨의학과에서 CT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특수의료장비(CT, MRI)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공동병상활용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지적이다. CT 활용성이 높은 비뇨의학과에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가 지난 2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공동활용병상 제도는 2008년 정부가 의료기관이 CT, MRI 등 특수 의료장비 도입할 시 일정 기준을 갖추도록 제한하면서 등장했다.
정부는 시 단위 지역에서 이들 장비를 도입할 시 200병상 이상을 갖추도록 했다. 특히 CT 장비의 경우 군 단위에서는 100병상까지 제한했고, MRI 장비는 군 단위 지역에서도 200병상 이상으로 제한했다.
다만,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병·의원이 장비를 도입을 원할 경우, 인근 의료기관에서 병상을 빌려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바로 공동활용병상 제도다.
문제는 인근 의료기관에서 병상을 빌릴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병상을 빌리고 싶은 의료기관은 많지만, 빌려줄 병상은 제한적이다 보니 이른바 뒷돈을 지급하는 등의 행태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2019년 병상 당 거래 가격이 100~200만원까지 급등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정부도 제도 손질에 나선 상황이다.
이날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제도 폐해를 개선해야 하는 점은 공감하지만, 제도 자체를 폐지를 할 경우 비뇨의학과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민승기 보험부회장은 "최근 공동개원 등 비뇨의학과 규모가 커지면서 CT를 설치하려는 의료기관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CT 설치 규제를 강화해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비뇨의학과 1차 진단방법이 여러가지 이유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 규제를 개혁해야 하지만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 부회장은 "의원급이 대부분인 비뇨의학과에서 CT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결국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제도 폐지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대한의사협회 등과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피과 분위기 개선 추세, 전공의 자긍심 고취 주력"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이날 자리에서 기피과로 전락한 비뇨의학과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도 전했다. 다만 부족한 충원율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짚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비뇨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이 좋아졌으나, 모수가 적어진 상황에서 충원율만 가지고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과거보다 비뇨의학과 의사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뇨의학과는 굉장히 암울한 시기를 보냈는데, 최근 노인성 질환을 치료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커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캐치프라이즈인 'Pride of urologist'도 공개하며 비뇨의학과 의사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도 피력했다.
문기혁 학술이사는 "불과 5~6년 전만 해도 비뇨의학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을 치고 정부 지원이 시급한 진료과였지만 노년 인구 증가세로 비뇨의학과의 중요성이 커지고, 본과를 떠났던 의사들도 비전을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개원가와 상급종합병원에서 보고 있는 질환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이를 의료기관 규모가 아닌 의사에 역량에 따라 담당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해결하겠단 복안이다.
조규선 회장은 "인구가 고령화할 수록 비뇨의학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증가하는 고령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보존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비뇨의학과 의사 본연의 진료 영역에서 자부심을 갖고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