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OECD국가 평균(1.59명) 절반 이하인 0.78명을 기록한 가운데, 국내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 의료계가 “난임 부부에 집중하고 소아의료 등 지원체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근래 청년 주거 대책 등으로 다각적으로 확대된 저출생 정책 범위를 재설정해 ‘아이를 갖고자 하는 이들과 이미 태어난 아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저출생 정책의 평가와 방향’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인문사회, 보건의료 분야 등 각계의 시각에서 실효성 있는 저출생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이날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출생 장려를 위해 출발한 정책이 현재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 청년들이 주택이 없으니 취직도, 결혼도 어려운 건 맞지만 포커스가 흐트러졌다”며 “임신-출생-육아 단계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을 낳게 해줘야 한다”면서 지난 2006년부터 시작돼 지속적으로 대상이 늘어나고 있는 정부의 난임지원 사업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2017년 10월 보조생식술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거치면서 ‘낳고자 하는 사람들 출산’은 유의하게 늘었다”며 “해당 시점 각각 27개월 전후로 비교하면 다태임신 및 다태출산, 임산부 당 출생아 수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이 발달 지연·아파도 갈 곳 없는 보호자들···소아청소년과·외과 등 체계 개선 절실
이미 낳은 아이들을 키우는 보호자들을 지원해 안정된 육아 환경을 조성하는 게 근본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인 신의진 연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요즘 보호자들은 육아 지옥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녀를 키운다”며 “아이들의 발달장애, 불안·우울 등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제 서울시 조사 결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영유아 456명 중 152명(33%)이 발달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초·중학생 40% 이상이 집중력 부족·불안·우울을 겪는 등 의료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발달검사를 위한 병원 대기 기간은 대개 1년 이상 소요돼 접근이 쉽지 않을 실정이다.
신의진 교수는 “지난달 개소한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에 접수가 폭주하고 있다. 실제 너무 많은 보호자들이 오고싶어 한다”며 “큰 틀에서 저출생 정책을 얘기하더라도 아이 발달 지연으로 불안해하는 보호자를 받아주는 시스템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도 사람들이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갖는 불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정책이사는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불안·공포를 극복하는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아이를 안 낳는다”며 “고령 출산으로 아이 장애 위험이 있을 뿐더러, 아이는 태어나면 항상 보건의료적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현 듯 닥칠 수 있는 위기에 비해 보건의료대책은 미진하다”며 “소아청소년과 뿐 아니라, 외과·재활의학과 등의 영역에서 세부적으로 양육을 지원할 만한 체계가 부실한 상황이다. 목표 해결을 위한 ‘핀포인트’를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