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치과계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화두가 됐던 ‘1인1개소법’의 당위성을 둔 논쟁이 최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종결되는 듯했으나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보완입법 움직임과 불법 병원 고발 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 7일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개최된 ‘1인1개소법 수호과정 보고회’에서 김철수 회장[사진]은 “금년 8월 29일 헌재의 1인1개소법 합헌판결은 의료 정의를 지키기 위해 1428일 동안 헌재 앞을 지키며 1인시위를 한 회원들의 노고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등이 합심해 이뤄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합헌 판결을 기점으로 오랜기간 논란이 돼 온 사무장병원의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헌재는 소위 1인 1개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제33조8항을 위반으로 한 형사처벌이 합법임을 재확인한 바 있다.
1인1개소법 논쟁은 지난 2003년 대법원이 ‘동업 형태로 병원을 열어 다른 병원의 경영에만 참여할 경우 의료기관 중복 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각종 네트워크 치과병원이 난립하게 됐고 2011년 의료법 1인1개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지만, 2014년 모 병원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2016년에는 복수의료기관 개설 기관의 요양급여 비용 환수 취소 판결이 나오면서 1인1개소법에 대한 정당성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치협 1인1개소 특별위원회 이상훈 위원장은 “회원들의 릴레이 1인시위를 비롯해 협회에서도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피해 사례를 모으고 전문가 의뢰를 통해 1인1개소법 당위성을 연구해 헌재에 제출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우리 의료인들에게 합헌 판결은 긍지이며 역사적인 날이었다”며 “이제는 다시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보완입법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긴 논란 끝에 합헌 판결이 나왔지만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김세영 고문은 축사 대신 쓴소리를 던졌다.
김세영 고문은 “합헌 판결은 후퇴 상황을 반전시킨 인천상륙작전과 비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성과”라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사무장병원을 처벌하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여러 입법 활동을 통해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병원들을 붙잡으려고 하고 있지만 그물코가 촘촘하지 못하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회원들 참여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헌법소원 당시 ‘100만 서명 운동’을 내걸고 실제로는 10만명도 받지 못하지 않았나”라며 “보건복지부 등이 입법에 보다 협조적으로 임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될 경우 과징금 상한액을 5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도 가결됐지만, 사무장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을 처벌하는 조항은 삭제됐다.
이를 두고 조성욱 법제이사는 “해당 내용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가 당시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법안에 포함시키는 데 회의적이었고 결국 빠지게 됐다”며 “협회에서 최대한 진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욱 이사는 “기업형 불법 사무장병원 관련자를 추가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신고 센터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지난 3년간 신고 건수가 6건에 그치고 있다”며 “이외에도 전문가 평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차단하고, 유인 및 알선 의료광고 차단을 위한 법 체제 정비 및 해당 병원 고발 조치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남은 임기 내 최선을 다해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