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수첩] 최근 의과대학 협력병원 교수들의 근로여건과 관련해서 굵직한 사건이 잇따랐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희소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달갑잖은 내용이기도 했다.
먼저 10년 동안 지속돼 온 ‘사학연금 수급 권리 소송’이 최근 마침표를 찍었다. 법정공방 주체인 5개 학교법인은 사학연금에 납부된 환수금 60억 여원을 돌려받게 됐다.
대법원은 울산공업학원(울산대), 성균관대학(성균관대), 일송학원(한림대), 성광학원(차의과대), 가천학원(가천대) 등 학교법인 5곳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은 교육협력병원 소속 의사들의 사학연금 수령 권리를 인정하는 동시에 이들의 교원 지위를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협력병원 교원이 근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진료에 투입했더라도 그들이 정당한 임용절차에 따라 의과대학 교원으로 임용된 이상 사립학교법상 교원 지위를 갖는다”는 1심과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면서 중증환자 진료를 담당하면서 최신 진료기법을 연마하는 것 또한 일종의 연구 활동 병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교육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012년 교육협력병원 의사들의 교수 겸직을 허용하는 사립학교법이 시행된 이후로도 계속됐던 여진이 정리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이번에는 협력병원 소속 교수들의 서울 소재 원내시설 강의가 화두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교육부는 가톨릭관동의대, 동국의대, 성균관의대, 순천향의대, 울산의대, 한림의대 등 6개 대학이 서울 소재 협력병원에서 이론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시정권고를 내렸다.
최근 몇 년간 국정감사에서 화두로 올랐던 ‘지방의대 편법운영’ 논란에 칼을 빼든 것이다.
이에 6개 의과대학은 지난달 말 교육부 권고에 따라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이뤄지던 의대수업 중 일부를 지방 대학시설에서 실시하겠는 시정계획서를 제출했다.
의대로 전환 중인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역시 서울에서 근무하는 교수들 강의 장소를 충주캠퍼스로 옮겨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원내시설에서 강의하던 교수들은 이제 수업을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교육부는 “부속병원이나 협력병원 설립에 대한 법령 취지는 전공의 교육‧수련이 목적이다. 전공의 과정과 무관한 의대 예과‧본과 수업은 병원이 아닌 의대가 설치된 각 대학교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별도 인가를 받은 대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상진료가 주된 업무라 할지라도 대학 교원으로서 관련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협력병원 소속 교수들에게 이 같은 소식은 결코 달갑지 않았다. 몇몇 교수들은 “서울에서 지방까지 이동해야 하는 데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의과대학 학장들은 전체 혹은 일부 의대수업이 지방에서 이뤄지면서 입시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서울 교수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서 강의하는 순간 '지방의대'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에 대한 우려다.
일각에서는 서울에 있는 협력병원 시설을 의대수업에서 활용하는 게 여의치 않아지면서 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교수들은 원칙을 준수하는 것에 동의를 표했다. 교원이란 지위에 따르는 책임을 이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들은 말했다.
우리나라는 의료선진국이라 불리지만 한편으론 주축이 되는 대학병원 교수들에 대한 정책과 판례는 최근에서야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환자를 돌보는 의사이자, 후학을 가르치는 교육자인 이들에 대한 잣대는 다른 직역보다 엄격할 수 있다. 당국이 원리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