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병원이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 행위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HIV 감염인 수술을 거부한 서울 관악구 A병원에 대해 "병력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했다"고 26일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지난달 14일 해당 병원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 사건 진정인 B씨는 HIV 감염인 관련 단체 활동가로, 지난해 6월 28일 오른손 등을 다쳐 골절 수술을 받기 위해 A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하지만 B씨가 의료진에 HIV약을 먹고 있다고 얘기하자 병원 측은 '기구가 준비돼 있지 않다. 수술 여건이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을 거부한 A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수술실 폐쇄 위험에 따라 수술을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HIV 감염인이 수술을 하고 나면 타인의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수술실을 일정 시간 폐쇄해야 한다"며 "6개 수술실에서 20개가 넘는 수술이 톱니바퀴 돌듯 진행되고 있어 폐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HIV나 투석환자와 같은 만성질환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환자가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권유하는 게 통상적인 치료 방식"이라며 "환자의 세부적인 상태와 치료 시 유의사항 등을 알 수 없어 수술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병원이 수술을 거부한 것은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질병관리청의 HIV 감염인 진료지침에 따르면 의료 제공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며 "HIV 감염자 수술을 위해 별도 장비 및 시설이 필요하진 않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한 도구나 약품 등 준비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타 병원으로 전원을 안내한 것은 합리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병원 이사장에게 소속 의료인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HIV 감염인 진료를 위한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