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5일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식 없이 취임사만 배포하고 첫 일정으로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임기 시작 ‘첫날’ 국정감사에 임하는 조 장관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민 시선은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에 쏠렸다. 백 청장에겐 ‘준비되지 않은 기관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조규홍 장관은 국감에서 그는 주요 이슈에 대해 담담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0년 의정합의에 따른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 의사인력 확대에 대해 “코로나19 안정화 기준을 전문가들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의사면허 취소 및 결격기간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관련해선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빨리 처리되기 바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인 조민씨 의사면허 취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법원 판결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취지로 응답했다.
오는 2060년 건보재정 적자가 5675억원에 육박, 이는 문재인 케어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동의를 구하자 “일부 지출 급증 원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다만 양한방 의료일원화와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등의 질문이 나오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나서면서 아쉬운 모습이 연출됐다.
이 때문에 제2차관 담당 분야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은 복지와 보건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양방과 한방 교육과정 통합 등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조 장관은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임명 당시부터 기획재정부 출신 장관인만큼 복지와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 결여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30년 재정업무를 담당하면서 보건복지부 등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약점을 노출한 셈이 됐다.
지난 5월 임명, 업무 파악에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었던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국정감사 데뷔전은 낙제 평가를 받았다. 백 청장에 대해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언 태도에 대한 불만과 함께 거취 문제까지 거론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했던 손꼽히는 감염병 전문가인 그는 ‘과학 방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코로나19 전선을 이끌어야 할 수장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보인 자세는 “전문가가 맞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백 청장은 국감 첫날 코로나19 관련 전문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업체 주식을 보유하다 취임하면서 주식을 매각, 여야 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야당 의원들의 주식 보유 및 매각 관련 자료제출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관련 질의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틀째 국정감사에선 임하는 태도와 답변이 문제가 됐다. 백 청장은 국감 내내 “보고받지 못했다”, “언론 기사 보고 알았다”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자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냐”, “유체이탈 화법”이라면서 비난했다.
여당에서도 적잖은 불만이 감지됐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목소리를 크게 해달라. 그래야 자신 있어 보인다”고 충고했고, 역시 여당인 조명희 의원은 “말투가 쌀쌀하고 뺀질뺀질하다”고 질타했다.
백신 피해자 관련 질의에 백 청장은 “보고받지 못해 발언을 못하겠다”고 답하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질병청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발언이 아니”라며 “사과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같은 당 전혜숙 의원도 “답변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말한데 이어 신현영 의원 역시 “백 청장의 유체이탈 화법은 고쳐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백 청장의 불성실하고 소극적인 답변 태도에 대해 “이정도면 해임촉구 결의안을 발의해야 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질병청 국감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인사는 “평생을 질병청 조직에 몸담았던 전임 정은경 청장과 달리 백 청장은 안철수 의원과 친분으로 ‘굴러온 돌’이라는 내부 인식이 컸다”면서 “조직 장악력에 대한 우려는 취임 당시부터 있었던 만큼 예견된 결과”라고 전했다.
반면 서울대 약대 학장과 한국약제학회장,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비교적 의원들 공세를 잘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질의와 사안이 언급되면서 답변에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식약처 국정감사에도 매년 국감에서 제기된 마약 사안이 집중 거론됐으며, 최근 현안인 감기약 품절과 인슐린 공급 등에 대한 내용이 이어졌다.
다만 오 처장은 식약처 직원 20여 명이 의약품, 마약, 의약외품, 마스크 관련 회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무 관련성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다소 곤혹감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신약 개발을 빌미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양약품, 신풍제약, GC녹십자의 식약처 직원 주식 보유 현황과 함께 셀트리온 특혜 의혹에 대한 조사를 주문했다.
오 처장은 “신규 주식 취득과 매매 부분에서 감사과 조사 결과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셀트리온 치료제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재활과 치료엔 별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더불민주당 강선우 의원 지적에 오유경 처장은 “식약처가 9월 마약 유통과 재활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며 “정기 직제화되도록 응원해달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