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성분명 처방, 의·약·정 등 사회적 합의 필요"
의협, 관련 의견서 회신 내용 공개…"오유경 처장 언행 신중"
2022.12.07 05:35 댓글쓰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성분명 처방에 대해 주무부처의 주도로 의·약·정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식약처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회신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당 사안에 대해 권한을 가진 기관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식약처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백신, 치료제 등 의약품 수급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특히 감기약 등 의약품 부족 사태를 해소하고자 모든 행정적 지원을 수행해왔으며,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국회의 지적에 따라 관련 부처와 대안을 마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의약분업 형태는 의·약·정 간 협의를 거쳐 합의된 사항"이라며 "성분명 처방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관련 단체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지난 10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 의약품 품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성분명 도입이 거론되면서 불거졌다. 


약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성분명 처방 도입 시 국민의 약제비 부담과 건강보험 약품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는지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적극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국감에서 오 처장의 발언은 성분명 처방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오유경 처장이 약사단체 입장을 대변한다며,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약사 출신 서 의원과 오 처장이 의약분업 때 당시 정권을 잡았던 민주당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들을 속여 자신들 이익만 취하면 된다는 저질 막장 드라마를 재방송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식약처가 허가한 한 가지 성분 약의 효과는 제품에 따라 80%에서 125%로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며 "주성분이 같아도 효과와 효능이 다르고 약사가 조제한 뒤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는 것은 모두 의사"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의료계는 의약품 처방 이슈를 야기한 의약분업 자체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해 의료단체들은 2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분명 처방 주장은 의약분업 대원칙을 파기하고, 의사의 약품 선택권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국민 부담을 줄이고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의약분업제도 재평가를 지속 요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이번 의견서 제출이 이 같은 의료계 내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내부에선 성급한 발언 자체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했다. 


의협 관계자는 "공적이고 중요한 국정감사에서 부처 수장이 의·약·정 간 협의를 거쳐 합의된 사항인 현행 의료체계를 부정하고 성급한 발언을 한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인 만큼 앞으로 언행에 더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성분명 처방은 의사 고유 권한인 처방권과 환자 진료 및 건강권을 훼손하는 중대 사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더 이상 이런 불미스런 갈등이 야기되지 않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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