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재회, 중환자실 호두과자’
지난 8월 24일 이른 아침, 부천세종병원 정문으로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가 들어섰다. 그의 손엔 호두과자 두 상자가 들려있다.
그는 병원 내부가 익숙한 듯 가벼운 걸음으로 단숨에 본관 2층 중환자실로 향했다.
굳게 닫힌 중환자실 출입문 앞. 노신사는 망설임 없이 인터폰을 누르고 자신을 소개하며 방문 목적을 밝혔다.
“어머, 이게 얼마 만입니까! 너무 건강하셔서 못 알아볼 정도예요!” 권지안 수간호사가 노신사를 발견하고는 환호하듯 소리쳤다.
그를 본 김수정·양미란 중환자실 팀장, 이은아 특수간호부장도 반가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소식을 듣고 온 이창하 진료부원장도 단번에 그를 알아보고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노신사는 지난 2018년 9월 이곳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A씨다. 생사 기로에서 마침내 삶을 되찾은 이 공간을 5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A씨는 “소중한 심장을 내게 준 공여자분과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고자 애쓴 부천세종병원 의료진, 이들 모두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며 “오래 걸렸지만, 감사함을 직접 표현하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이은아 특수간호부장은 “5년 전 흉부외과 전문 간호사로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A씨의 전반적인 이식 수술 일정을 관리했다”며 “힘든 상황이던 환자가 의료진을 기억할 겨를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와 알아봐 주시니 반가움의 크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A씨는 2018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심장이 멎었다.
지방의 한 응급실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입원 치료 중, 심실빈맥으로 재차 심장이 멎기도 했다. 이후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되며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치료 방법은 심장이식 유일했다. 심장 공여자는 그러나 감감무소식이었다.
심장과 대퇴부에 체외순환기(ECMO)를 삽입하고 약물을 써도 심장 기능은 약해져만 갔고, 수차례 심장충격기(제세동기) 신세를 지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지리멸렬한 기다림의 시간. 유일한 버팀목은 가족도 아닌, 오로지 의료진이었다.
이들은 매일같이 A씨의 손을 꼭 잡으며 희망을 노래했다. 1개월 후 기적같이 공여자가 나타났고, A씨는 무사히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희망을 되찾았다.
김수정 팀장은 “건강을 되찾고 이렇게 찾아 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창하 진료부원장은 “중환자실은 힘듦만이 아닌 기적과 희망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며 “의료인으로서 사명감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 준 환자분께 감사드린다. 모든 환자분의 빠른 회복과 건강한 삶을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