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투석 치료는 내 삶을 더욱 편하게 만들어주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입니다. 편견을 극복하고 미리 투석 치료를 준비하면 더욱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투석혈관 전문클리닉 나은길외과 김대환 원장이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투석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김대환 원장은 "투석 치료는 인생의 마지막 치료가 아니라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효과적인 치료"라며 환자들에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김 원장은 서울대병원 외과 전공의를 수료하고 국군 홍천병원 신검과장, 분당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전임의사, 서울시보라매병원 중환자의학 담당교수 및 외과 조교수를 역임했다.
김 원장은 매년 증가하는 혈액투석 환자와 함께 투석혈관 협착 및 폐쇄 등 다양한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2021년 10월 투석혈관 전문 클리닉을 개원했다.
특히 20여 년간 혈관 의사로 활동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투석혈관 시술 40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투석환자는 빠른 처치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함에도 처치가 늦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다"며 "투석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지친 환우분들께 최상의 환경에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투석인구 9만 명…서울과 경기 지역에만 4만 명
전문 의료진과 상담 후 개인 혈관 상태에 따른 치료 중요
콩팥이라 불리는 신장은 우리 몸에서 노폐물과 과다한 수분을 제거해 체내 화학적 균형을 유지하며 혈압을 조절, 적혈구 생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각종 합병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에 즉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만성신부전은 원인이 당뇨, 고혈압, 사구체신염, 콩팥물혹증(다낭성신염) 등이 있는데 그 중 당뇨가 50%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혈액투석은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몸 안에 쌓인 노폐물과 과도한 수분을 배출하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하는 신대체요법이다.
환자 혈액을 몸 밖으로 꺼내고 필터를 통해 맑게 정화한 후 다시 몸 안으로 집어 넣는 방식이다. 혈액투석은 주 2~3회 정도 진행하며 한 번 진행할 때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혈액투석을 하려면 분당 200ml 이상의 피를 뽑아 넣어야 하기에 전용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통로를 '투석혈관(동정맥루)'라고 한다.
투석혈관은 자신의 정맥을 이용해 만드는 방법과 인조혈관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며 개인 혈관 상태에 따라 의사와 상담을 거쳐 결정한다.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는 투석혈관, 관리는 선택 아닌 필수
협착된 부위와 모양에 따라 적합한 풍선 카테터 선택 중요
김 원장은 효과적인 투석 치료를 위해서는 바로 이 투석혈관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투석 치료를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투석 치료 환자에게 투석혈관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다.
투석혈관은 인조혈관의 경우 3년, 자가혈관의 경우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지만 당뇨와 같은 질환이 동반될 경우 기간이 30% 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투석혈관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면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김 원장 설명이다.
김 원장은 "혈액투석 환자에게 투석혈관은 생명과 직결된 생명줄"이라며 "투석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원활한 치료가 어렵고 특히 투석혈관이 막히면 영원히 쓰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석혈관이 망가지는 이유는 다름아닌 투석치료에 있다.
투석혈관은 분당 500~1000ml 정도의 혈류 흐름(정상 정맥은 3~5ml)을 견뎌야 하기에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혈관 내벽이 두꺼워지는 '혈관 내막 비후'가 발생한다.
김 원장은 "투석혈관은 너무 많은 양의 피가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혈관 내벽에 노페물이 쌓이고 혈관벽이 두꺼워진다"고 말했다.
좁아진 투석혈관을 복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풍선 확장술이 있다. 이 시술은 풍선 카테터를 삽입하고 풍선이 부풀어 오르게 해 플라크를 밀어내고 혈관을 넓혀 혈류를 개선하는 시술이다.
풍선 확장술의 경우 협착된 부위와 모양에 따라 적합한 풍선 카테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날 김 원장은 "어떠한 압력에도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며 버티는 힘이 강한 제품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중 한 곳인 보스톤사이언티픽이 개발한 풍선 카테터인 '머스탱(Mustang)'을 예로 들었다.
머스탱은 약 1㎜ 가는 팁을 통해 딱딱하게 굳은 혈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높은 기압으로 저항성이 높은 혈관에서도 팽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일론 강도와 피백스 유연성을 결합한 나이백스(Nybax) 소재로 만들어져 혈관 모양에 순응도가 높아 시술시 혈관이 팽창될 때 겪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김 원장은 "머스탱은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 가운데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유저가 느끼는 편리성이나 효과성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투석혈관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김 원장 설명이다.
김 원장은 "좁아진 혈관은 반드시 이상소견을 보이는데 적절한 시기에 이를 잘 포착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혈관 초음파나 혈관조영술 등 정기적으로 검진을 통해 혈관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석 치료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김 원장은 "종종 투석 치료를 받고 '이렇게 몸이 편안해질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치료를 받을 걸 그랬다'고 말하는 환자분을 만난다"면서 "투석 치료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