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생명과학이 유상증자를 돌연 철회하면서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진원생명과학은 물론 미국 자회사 VGXI의 자본잠식 해소도 어려워지면서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진원생명과학(대표 박영근)은 지난 3일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공모방식 유·무상증자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부터 진행됐던 자금조달 계획이 1년도 안돼 좌초됐다.
회사는 지난해 5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및 주당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하지만 11개월간 총 4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고 증자 규모는 800억원에서 667억원까지 줄었다.
유상증자 지연 이유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정정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규모와 회사 실적, 대표의 보수 등이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진원생명과학은 20년째 적자 수렁에 빠진 상태다. 최근 5년간 실적만 살펴봐도 2019년 110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2억, 2022년 401억원, 2023년 4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박영근 대표 등 임원은 회사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5년 간 200억원 이상 보수를 받았다. 여기에 2020년부터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327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진원생명과학이 연구개발에 사용한 비용은 320억원이다. 정부 지원금 제외 시 254억원 수준이다.
연구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매년 전환사채,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로만 회사가 유지돼 주가가 희석되고 있는 셈이다.
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됐다.
회사를 통해 아내 소유 법인에 매년 임대료를 지불하는가 하면, 정관상 대표가 물러날 경우 수백억의 급여 수령이 가능한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하려 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사용처가 될 것으로 보였던 자회사 VGXI의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자금 수혈이 어려울 경우 부도 가능성도 나온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증권신고서를 통해 유상증자가 취소될 경우 “미국 자회사 VGXI의 신규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자금난에 처할 수 있다”라며 “심각한 자금 경색으로 본사와 계열사 전체가 어려움에 처하고 최악의 경우 부도 상황에도 처할 수 있다”고 기재한 바 있다.
진원생명과학 측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정정 요구를 받았다”며 “유·무상증자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이번 유·무상증자를 철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선 진원생명과학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