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연구비 확대 등 기업 관리를 위한 유지보수 비용을 늘려 눈길을 끈다.
7일 데일리메디가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업체들의 2023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제약바오 기업들은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로 약 4조 8432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곳의 평균 지출 판관비는 2306억원으로 지난 2022년 2196억원 대비해서 약 110억원 더 사용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5% 늘어난 수치다.
경기침체 기조에도 불구하고 급여 및 복리후생비 증가, 연구개발비(R&D) 증가, 판촉비 확대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직전 사업연도 대비 판관비를 늘린 제약사는 21곳 중 18곳으로 대부분 급여 및 복리후생비 확대, 지급수수료, 연구비 증가 등으로 늘었다.
대원·동국·동화약품 등 판관비 대폭 확대···일부 영업익 감소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판관비가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원제약, 보령(옛 보령제약), 동국제약, 동화약품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2861억원을 판관비로 사용했는데, 직전 연도(2022년) 대비 18.9% 늘어난 수치다. 이어 대원제약 16.2%, 보령 13.3%, 동화약품 12%, 동국제약 11.4% 늘었다.
판관비 확대에 일부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경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보령을 제외하곤 판관비 확대가 클수록 영업이익 감소 폭도 컸다
실제로 판관비가 크게 늘어난 동화약품의 경우 비용 지출이 많아지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5% 줄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영업이익 187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대원제약의 경우 2023년 영업이익 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줄었으며 동국제약은 영업이익 668억원으로,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9.6%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 외에 비용 기준 판관비에 가장 많은 금액을 쓴 곳은 유한양행(3523억원), 대웅제약(3294억원), 녹십자(3236억원), 동국제약(3272억원)으로 나타났다.
판관비 줄인 일동, 영업이익 개선···동아·녹십자 수익성 '하락'
판관비를 직전 사업 연도 대비 줄인 제약사는 일동제약, 동아에스티(ST), 녹십자가 유일했다.
일동제약의 경우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큰 투자를 하는 제약사 중 하나로 이로 인해 영업적자도 만만찮다. 일동제약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판관비를 크게 줄인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영업적자 53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 사업연도(2022년) 영업적자 734억원과 비교해서 약 200억원 가량 적자 폭을 줄인 수치다.
반면 동아에스티는 판관비를 10.2% 줄였지만 영업이익이 오히려 크게 줄어 수익성 개선이 숙제로 남게 됐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영업이익 111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33.1% 감소했다.
녹십자의 경우도 판관비를 5% 가량 줄였지만, 영업이익이 무려 57.6% 줄어들면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344억원을 기록했다.
판관비 증가 비중이 1% 수준에 머물렀던 제약사는 제일약품(0.8%), 휴온스(1.6%), 삼진제약(1.7%)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제일약품은 흑자전환 했고, 휴온스도 영업익이 크게 늘어 실적 개선을 이뤘다. 삼진제약은 20개 제약바이오 업체 중 가장 적은 판관비에도 영업익이 1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판관비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제약사 중엔 중견 제약사 한독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