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서울아산병원 주석중 교수에 이어 또 한 명의 심장혈관흉부외과 명의(名醫)의 부음 소식에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일선에서 국내 심장혈관흉부외과학 발전을 이끌던 현직 학회 이사장의 갑작스런 비보에 동료 의사들은 비통함에 빠진 모습이다.
가뜩이나 생명과 직결된 수술을 담당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계의 큰 별이 잇따라 지면서 국가적 손실이라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임청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이 20일 향년 57세 일기로 타계했다.
고인은 최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최소침습흉부외과학회(ISMICS, International Society for Minimally Invasive Cardiothoracic Surgery)에 참석 도중 변을 당했다.
학술대회 기간에 갑작스런 심정지가 발생했고, 응급처치 후 국내로 이송돼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1992년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심장 판막 및 심장 로봇수술 권위자였다. 특히 소아심장수술 분야 명의로 다수 어린이 환자들을 돌봤다.
200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병원 연수 이후 국내 심장 로봇수술 분야의 1세대 명의로 많은 환자의 치료와 심장수술 발전을 이끌었다.
또한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국내 초청 무료수술 및 해외 원정 무료수술 등 오랜기간 의료봉사를 수행해온 참의사였다.
올해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 취임 후 전공의 교육과 후학 양성, 필수의료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며 흉부외과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 동료의사는 “불철주야 흉부외과 발전을 고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너무 귀하고 아까운 명의를 잃게 돼 비통함이 그지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故) 주석중 교수에게 추모사를 헌정한 바 있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도 장례를 학회장으로 치르기로 하는 등 애도에 나섰다.
취임 8개월 만에 이별을 고한 현직 이사장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짙게 드리우는 모습이다.
특히 오는 10월 취임 후 첫 추계학술대회를 앞두고 날아든 비보에 함께 행사를 준비하던 집행부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학회 한 임원은 “계획했던 뜻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떠나심이 너무나 애석하다”며 “그 포근한 웃음과 심장에 대한 열정은 우리 마음에 영원히 아롱새겨질 것”이라고 추모했다.
한편, 이번 의료대란 사태에 대한 고인의 생전 발언도 재조명 되고 있다.
그는 “필수의료를 살린다며 시작한 정책이 결국 필수의료 현장에 위해(危害)를 가하고 미래 필수의료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50년 넘게 정말 목숨 바쳐가며 이뤄 낸 흉부외과의 현재가 연기처럼 사라지려고 한다”며 “이런 상황이면 우리나라 흉부외과는 명맥은 끊길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전문의 중심병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정부는 전문의 중심병원을 얘기하지만 전공의가 떠나고 나면 미래 전문의는 없다”며 “전공의가 없으면 전문의가 없고, 전문의 중심병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일갈했다.
이어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 불면 수 많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서늘한 울음소리가 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필수의료를 살리려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