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결과 ‘최악’…새내기 의사 ‘269명’
합격률 70.4% 예견된 상황…수업 파행·유급 위기 등 원인 다양
2025.01.23 12:21 댓글쓰기

[초점 서동준·이슬비 기자] 1년 째 이어지는 의정갈등 속에 올해 새내기 의사가 겨우 269명 배출됐다. 


지난 22일 발표된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결과 304명 중 269명만 최종 합격해 합격률 70.4%를 기록했다. 평년 대비 합격자 수는 10분의 1 수준이며, 합격률은 약 20%p 낮은 결과다.


이는 前 정부의 의대 정원 400명 확대 시도로 의사 국시 거부 여파를 맞은 2021년도 제85회 시험의 합격률 12.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 이후 의대생 대부분이 휴학을 선택해서 이번에는 382명만 국시를 접수했다.


실기시험에는 347명이 응시해서 266명이 합격, 76.7%를 기록, 이미 저조한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 10년 간 의사국시 합격률은 ▲2016년 93.5% ▲2017년 92.8% ▲2018년 95% ▲2019년 94.2% ▲2020년 94.2% ▲2021년 12.8% ▲2022년 95.8% ▲2023년 94.7% ▲2024년 94.2% 등을 기록한 바 있다. 




1년 휴학에 10분의 1로 줄어든 국시 응시생


신규 의사 수가 300명도 되지 않는 참담한 결과는 이미 1년 전부터 예견됐다. 정부가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을 발표하자 전국 40개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을 선언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의대생 출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일 기준 전체 재적생 1만9374명 중 출석 학생 수는 2.8%인 548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본과 4학년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의사국시에 응시할 학생들도 소수에 그쳤다.


복지부는 의사국시 접수인원이 364명이라고 발표했는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그중 159명만 본과 4학년 학생이고 나머지는 전년도 시험 불합격자와 해외의대 졸업자 등"이라고 주장했다.


의대협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임상실습을 진행하며 국가고시에 응시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학문적‧기술적 소양을 갖추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졸업 예정자로서 응시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상태며 이로 인한 국시 접수 불가능은 2월부터 예정된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유급·제적 위기, 휴학 불가 학생 많았다”  


합격률 70%는 평년 합격률이 90% 초중반대임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대 수업 파행이 원인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합격률을 좌우한 건 응시자 구성의 특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외 의대생도 응시자에 포함돼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의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휴학하지 않고 수업을 들어야 했던 학생들은 사정이 있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A 교수는 “이번 응시자들은 국시 불합격자와 더 휴학하면 제적되는 학생들이 많아 합격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의대 B 교수는 “학습 분위기가 안 좋았던 건 사실”이라며 “불합격자와 더 이상 유급 못하는 학생, 해외 의대생으로 구성된 모수가 합격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업 운영과 시험 합격률을 크게 연관 지을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의대 커리큘럼 상 학생들은 국시에 출제되는 내용을 이미 다 배운 뒤 병원 실습을 돌며 국시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권양 의대교육연구소 메디프리뷰 대표(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정상적으로 본과 3학년을 마치면 임상의학을 다 배운다. 이를 다루는 필기시험은 학생들이 알아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실기시험 준비 시 실습실 등이 평소 대비 제대로 개방·운영되지 않는 하자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급을 당했거나 성적이 낮아 휴학이 자유롭지 않은 학생들에게 악재가 겹친 것”이라며 “국시가 정국에 흔들리지 않고 엄정한 잣대로 출제돼 합격률이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과 4학년은 이미 개강 시즌…이대로 또 1학기 지나가나


의정갈등이 지금까지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내년 신규 의사 배출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의대협은 지난해 11월 2025년도에도 증원 백지화 등 의대협의 8대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기로 의결했으며, 지난 1월 투쟁의 구체적인 방식으로 ‘휴학’을 택했다.


서울의대 본과 3‧4학년 학생 다수가 지난 20일 개강 첫날 수업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대다수 의대에서는 아직 학생들 복귀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인 C 교수는 “우리 대학도 그렇고, 다른 대학들도 학생들 복귀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귀 블랙리스트’ 등 주변 압박이 학생 복귀를 방해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과격 반응은 진짜 소수”라며 “대부분의 교수나 학생들은 개개인이 결정할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학생들도, 전공의들도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진짜 파국”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른 전공은 계절학기가 있고, 1학기 수업을 2학기에도 열어주지만, 의대는 그런 것이 없다"며 “유급이라는 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이제는 시간이 많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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