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씨와 일명 '람보르기니 주차 시비' 사건 운전자 등 100여 명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으로 투약하고 40억 여원을 챙긴 의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60대 남성 의사 A씨와 그의 배우자인 총괄실장 등 의원 관계자 총 15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해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해 검찰에 넘겼으며 오씨를 비롯한 투약자 100명도 함께 송치했다. 오씨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이 의원을 5차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의원 관계자들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강남구 청담동에서 피부 시술 등을 하는 의원에서 내원자 105명에게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 계열 마약류를 단독으로, 또는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와 병용해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총 1만7천216회에 걸쳐 41억4051만원을 불법으로 벌어들였다.
또 마약류 투약 기록 2천73건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진료기록 559건을 허위로 작성하며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 혐의(의료법·주민등록법 위반)도 있다.
투약자들에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사용을 보고하지 않겠다며 회당 10만원의 추가 비용을 받기도 했으며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을 알고서도 범행을 계속하기도 했다.
A씨는 2023년 1∼11월 수면마취제를 자신에게 '셀프 투약'한 혐의도 확인됐다.
투약자들은 수면이나 환각 목적으로 본인이나 타인 명의를 이용해 적게는 6차례, 많게는 887차례까지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된 100명 중 83명은 20∼30대였으며 하루 최대 28회 연속으로 마약류를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가장 많은 금액을 결제한 사람은 9개월간 74차례 내원하며 2억2천400만원을 냈다.
경찰은 A씨로부터 현금 8천304만원을 압수하고 부동산 등 재산 합계 33억2천314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투약은 물론 용법·용량에 따라 사용해도 쉽게 중독될 수 있어 꼭 필요한 상황 외에는 회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해 "의사가 마약류 취급 권한을 악용해 마약류 불법 투약 영업을 한 것"이라며 "마약류 취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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