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연합뉴스.
현대의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응급 신경계질환을 둘러싼 국내 진료체계는 여전히 현장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식장애와 뇌졸중, 뇌전증 등 중증신경계 질환 조기진단 및 치료법은 발전했지만 전문인력 배치와 의료기관 연계시스템은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대한신경과학회지에 발표된 ‘응급 신경계질환 발전과 대응 방향’(제1저자 강지훈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질환은 높은 중증도와 골든타임 중요성으로 인해 전문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 절실한 분야로 지목됐다.
실제 뇌출혈 30일 사망률은 약 50%에 달하며 외상성 뇌 손상과 뇌전증 지속 상태 역시 각각 29%와 20% 높은 위험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신경과 의사 응급 진료팀, 초기 신경계 진단명 중 30% 넘게 ‘추후 변경’
응급실을 찾는 신경계 환자들은 의식장애, 마비, 경련 등 복합적인 증상을 보이며, 이는 전신 질환과 연관된 경우가 많아 초기 진단이 매우 까다로운 상황에 속한다.
연구에 따르면 비신경과 의사로 구성된 응급 진료팀이 내린 초기 신경계 진단명 가운데 약 3분의 1이 추후 변경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착란이나 인지기능 이상, 뇌종양과 같은 질환은 진단 변경률이 70%를 상회, 전문가에 의한 정밀한 감별 진단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 같은 진단 어려움은 신경과 전문의 업무 과부하로 이어진다. 119 현장과 응급실 일차 선별 과정에서 뇌졸중 의심 환자로 분류돼도 최종 확진을 받는 경우는 약 5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50% 유사 질환 환자들에 대해서도 신경계 질환 배제를 위한 검진과 영상 해석이 수반돼 실제 입원환자 두 배에 달하는 응급진료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선진 사례 ‘집중화’와 ‘네트워크’ 중요
해외 선진국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자원의 효율적 집중과 네트워크화를 꾀하고 있다.
프랑스는 ‘응급신경 네트워크(RUNFC)’를 통해 지역 병원을 허브 병원과 연결하고 원격진료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혈전용해제(IVT) 사용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탈리아와 북유럽 국가들 역시 거점 병원 중심 치료 집중화(Centralization)를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와 덴마크는 인구 밀도에 맞춰 특정 대학병원이나 대형 병원에 중증 응급 신경계 환자 진료를 집중시켜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입원기간 단축과 치료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 응급의료체계, 의료 집중화 포함 3가지 개선 필요
보고서는 국내 응급 신경계 질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중증 질환에 대한 ‘의료 집중화’다. 인력과 시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점(Hub) 병원을 지정하고 소규모 병원(Spoke)과의 유기적인 이송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외래 진료 중심 수가 체계와 인력 구조를 응급 및 중증 환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다학제 치료 체계’ 활성화도 강조됐다. 응급의학과를 비롯해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등 유관 전문과와의 공통 진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에 전문의료진이 응급실 현장에 상주하거나 전담할 수 있는 근무 형태가 도입을 주요 해결책으로 지목했다.
마지막 개선점으로 ‘의료진 연계 체계에 대한 기술적·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할 국가적 인식 개선이 꼽혔다.
연구진은 “신경계 질환 특수성을 고려해 지역이나 거리보다 의료기관 실제 수용 능력을 반영한 네트워크 지원이 필수”라며 “뇌영상 및 뇌파와 같은 전문 검사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기술적 플랫폼 구축과 직접적인 전문의 참여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