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직격탄·수탁업체 줄도산·병원 수가 영향
닥터썰전 조병욱 논설위원 “국가 건보재정 단비된 위수탁 검체검사 보상체계 개편”
2026.06.13 19:27 댓글쓰기

[특별기고] 작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 및 질(質) 관리 강화방안’이 올해 상반기 고시 개정 후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의료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당초 대한의사협회 범대위 검체 위수탁 TF 위원회는 검체검사 수가 및 진찰료 수가 조정 등 상대가치점수 개편과 묶어 손실을 막겠다고 했으나, 지난 5월 의협에서 공지한 내용과 내부 전언을 토대로 보면, 회원들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수탁 검체검사 보상체계 문제의 시작은 2022년 고시 개정이 아니다. 검체검사비 100% + 위탁검사 관리료 10% 형태 보상은 이미 과거부터 고시돼 있었다.


14년 전인 지난 2012년 2월 병리 검체 위수탁 배분율이 문제가 됐고, 결국 4월 병리검사에 대해 100:10, 진단검사에 대해 70:40으로 합의가 됐다. 


‘배분율’ 개념이 ‘할인율’이라는 단어로 바뀌어 지금까지 잔존


하지만 이 배분에 대한 고시는 이뤄지지 않았고, 기존 100:10 구조만 덩그러니 고시에 남았다. 청구는 위탁 의료기관에서 일괄수행 할 수는 있겠지만 검체검사비는 수탁업체에 지급돼야 한다. 


건보공단은 수탁업체에 지급하지 않고 청구한 위탁 의료기관에 일괄 지급했으며, 이를 다시 의료기관이 지급받은 110%의 검사료 중 배분해 수탁업체에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배분율’이라는 개념이 ‘할인율’이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수탁기관이 직접 공단으로부터 검사비를 지급받지 못한 이유는 당시 수탁업체들에 ‘의사’가 고용돼 있는 경우가 별로 없어 대부분 요양기관 지정을 받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에 공단이 요양급여를 직접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검사비는 요양급여에 의해 지급되기 때문에 수령받는 대상이 건강보험에 의해 당연지정돼 있는 요양기관이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시에는 분리 지급토록 돼 있었지만, 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위탁 의료기관에게 일괄 지급을 해 수탁업체가 받아가는 구조로 운영된 것이다. 


결국 고시는 10년이 넘게 100:10 분리 지급을 원칙으로 해두고,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적용하지 못하고 사문화됐다.


검체검사 시장 발달과 업체 난립


그 사이 의료이용량이 증가하고, 의료공급이 늘면서 자연히 검체검사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자체 검사장비를 구비하지 못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선 위탁검사가 늘었고, 자연히 수탁검사업체들도 많아졌다.


수탁검사업체들이 의료기관들로부터 위탁 지정을 받기 위해 영업을 위한 배분율 조정을 하기 시작했다. 영세한 업체들은 배분율을 더 많이 조정하고, 대형업체들은 고시대로 100:10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제논리에 따라 위탁 의료기관의 수고로움을 더 인정해주는 업체가 선택을 더 많이 받았다. 그런데 검체시장에서 주도권이 흔들리고 경영지표가 나아지지 않는 대형업체들은, 영세업체들의 행태를 ‘시장교란행위’로 간주했다.


“할인율”이라고 하며 마치 의료기관이 부도덕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몰고갔다. 국회의원을 찾아가 의료기관이 과도한 할인을 요구한다며 읍소했고, 보건복지부에 “질 관리”를 표방하며 거듭 문제제기했다.


결국 2021년 11월 수탁기관인증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인증제도를 통해 업체에 간섭할 근거를 마련했다. 인증점수제에 할인율을 점수로 환산해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이 2022년 3월 고시가 됐다.

“사문화된 고시가 다시 살아나다”


코로나19로 한참 시끌벅적하다가 2023년으로 막 넘어간 시점인 1월, 갑자기 의료계에서 위수탁 검체검사에 대한 고시와 관련해 시끄러워진다.


고시가 통과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해당 고시가 문제가 돼 100:10의 배분율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문제제기가 나온 것이다.


2022년 3월 고시에서 할인율과 관련된 고시는 본문에선 찾아볼 수 없었고, 이는 별첨에 포함된 인증기준 표에 삽입돼 있었다. 게다가 각 업체별 할인율은 정상적으로 산출해 내기 매우 어렵다.

 

각 의료기관별 배분율이 모두 다른데다 결정적으로 아무리 인증이라고 해도 사기업의 재정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평가가 가능할 수가 없다.


의료기관들은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당연지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수탁업체들은 다르다. 그런데 여기에 의사들이 먼저 발벗고 나서서 문제를 삼아버렸다.


10여년 전부터 고이고이 잠들어 있던 100:10 배분율까지 꺼내들었다. 복지부에 배분율 자율조정을 유지해달라며 고시개정을 보류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고시는 예전부터 그대로 100:10이었다. 다만 이를 적용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위수탁 배분 관례였던 것뿐이다.


복지부는 애초에 이 시행령을 통해 무언가 달라지게 할 생각이 없었다. 위탁검체 검사료를 분리지급 할 방법이 없다고 봤고,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대로 검체검사료 자체를 인하하면 검사 수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의료계에서 들고 일어나 투쟁을 외치고 심지어 연구용역까지 하게 만들어주니 뭔가는 해야만 했다. 연구용역은 23년 12월 완료됐지만, 이렇다할 방안을 내어놓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갔다.


물론 2024년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투쟁도 한몫했다. 하지만, 2025년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고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나섰다.


100:10에서 10에 해당하는 위탁 의료기관 몫인 위탁 검체검사 수수료를 폐지하고, 100% 검사료에서 배분을 하도록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의협 및 위탁 검체검사가 주를 이루는 개원가는 거세게 반발했지만, 지난해 12월 건정심에서 의결됐다.


“재정 이동이란 건보공단 지갑 불리기”

 

위탁 검체검사는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매출 구조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위탁검사를 하던 의원급 의료기관은 ‘위탁관리료’를 빼앗기고 ‘검사료’ 조정으로 빼앗기고, 이후 확정된 검사료에서 배분율을 통해 지급받는다.


기존의 고시대로 100:10에서 10만 위탁의료기관의 몫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억울하지만, 사문화된 이 고시를 꺼내온 것은 의사들이다.


‘위탁기관 손실을 감안해 저보상 영역으로 재정 이동’이란 문구를 쓸 정도라면, 복지부마저도 감안하는 위탁 의료기관의 피해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검체검사와 함께 비용분석결과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영상검사를 제외하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조정 가능한 저보상 영역은 ‘진찰료’ 뿐이다.

의원급 진찰료 보상은 2024년 발표된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이미 준비됐던 정책이다. 당시 검체검사와 영상검사에 대해 비용분석결과 기반 조정을 통해 인하를 예고했다.


이를 통해 저보상된 진찰료를 올려주는 ‘재정이동’을 하겠다고 정책을 제시했다. 결국 위수탁 검체검사 보상체계 개편은 이 정책에 소요되는 재정에 보너스로 도와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놀아난 의협 범대위”

의협 범대위는 위의 재정이동을 위수탁 검체검사 보상체계 개편으로 인한 손실 보전이라고 읍소한다. 진찰료 인상이나 심층진찰료 신설, 만성질환관리료 개편 등 몇 가지 당근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다양한 의료를 공급하던 공급자에게 진찰 일변도의 획일적 공급만을 강요하는 정책일 뿐이다.


검사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심층진찰이라며 10분 넘게 환자에게 의학정보를 제공하면서 진료를 이어갈 수 있을까, 손 붙잡고 위로의 노래라도 불러야 하나.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문진료를 지양하고 만성질환 관리나 예방, 건강관리 수준의 일반진료로 전환을 목표로 한다.


검사를 하지 않고 전문진료를 공급하기는 어렵다. 조금 더 알고 싶지만, 검사를 해도 남는 게 없으니 2차 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이 낫다.


검사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대안을 가져와 놓고 손실 보상안이라며 보건복지부 정책에 호응하는 범대위 대응은 물에서 건져 불구덩이에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공급자 의사들 금전적 피해는 불가피 


작년 12월 건정심은 의결했고, 공급자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정책은 시행된다. 사문화된 고시를 되살려 칼춤을 추게 한 것도 의사들이고, 그 칼춤에 장단을 맞춰 준 것도 의사들이다.


공급자인 의사들은 금전적 피해를 볼 것이다. 의협 추산 3000억원(대변인 발언), 필자 추산 1조원이다. 영세한 수탁업체들은 줄도산 할 것이고, 검사를 못하는 환자들은 병원으로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병원 수익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병원의 검체검사 수가 또한 처절하게 조정될 것이다.


지난 25년간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의사들 의료공급 행태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쉽게 적용하거나 바꾸지 못했다.


하지만 2024년부터 시행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정책들은 의료공급 행위에 대한 보상을 명확하게 가감, 공급자 행태를 바꾸고 있다.


필요한 건 아낌없이 돈을 더 주고, 없애야 할 건 과감하게 삭감해 버린다. 그래서 상급종합병원에는 연간 수조원의 재정이 더 투입되고 그만큼 의원에서 재정을 이동시킨다.


의료공급자로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의료소비자들이 공급자들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공복리’라는 이름으로 온갖 부당한 결론에 이르렀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환자들이 의사 손을 언제 잡았었는지 생각해보자. 도와줄 사람이 단 하나, 내 눈앞에 이 의사밖에 남지 않았을 때다.


언젠가 대한민국 의료가 회생이 불가능해질 만큼 망가졌을 때, 그때가 온다면 오히려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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