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 동의서를 받은지 90분 만에 수술을 진행한 병원이 배상 책임을 물게 됐다. 환자가 숙고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인천지방법원지법(부장판사 이우철)은 최근 수술 뒤 숨진 환자 A씨 아들이 B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1억7500여 만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의료법인이 A씨 아들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주의의무 위반, 응급조치 위반 등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과거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심장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상태였던 A씨는 2022년 5월 왼쪽 슬개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후 B의료법인 소속 병원에서 척추 마취 후 수술을 받았으나, 병실로 옮겨지던 중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A씨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뇌경색에 따른 사지 마비와 기도 폐색성 질식 등으로 같은 해 10월 끝내 숨졌다.
유족은 “기왕증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임에도 병원 측이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환자가 숙고할 시간적 여유 없이 수술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이 병원은 오전 11시께 A씨 수술 동의서를 받고 대략 1시간 30분 뒤 수술실 이동과 마취 동의서 작성을 마쳤다. 마취는 동의 5분 만에 곧바로 시작됐다.
A씨가 수술 전(前) 동의서에 서명하기는 했지만 동의서에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합병증에 대해선 쓰여 있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의사 설명의무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바로 수술해야 할 정도로 골절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A씨에게 수술에 응할 것인지 숙고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작용 발생 시 입게 될 피해의 중대성에 비춰 볼 때 약 1시간 30분은 전문지식이 없는 A씨가 수술에 응할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마취에 따른 위험성이 매우 높아 보호자에게도 설명하자는 소견이 있었음에도 병원 측이 보호자에게 간단한 연락조차 하지 않은 점도 함께 고려했다.
다만 유족이 주장한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 및 수술 후 경과 관찰·응급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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