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개발한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에페)가 GLP-1 계열 약물의 대표적인 이상반응인 오심·구토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료 초기 위장관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하거나 충분한 용량까지 증량하지 못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임상약리학과와 한미약품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에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 후 발생하는 오심·구토와 약물 노출량, 신체 적응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게재했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약리학과 임형석 교수 연구팀과 한미약품 연구진이 참여한 연구로, 교신저자인 임 교수는 신약 임상개발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지난해에도 에페글레나타이드 약동학 모델링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6건에서 확보한 비만·제2형 당뇨병 환자 678명 자료를 통합 분석했다. 전체 환자 중 247명(36.4%)이 한 차례 이상 오심이나 구토를 경험, 총 672건의 관련 이상반응 사례를 모델링했다.
기존 안전성 분석이 오심·구토 발생 환자 확인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해당 연구는 약물 반복 투여로 체내 노출량이 증가할 때 이상반응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가 어느 정도 적응하는지를 함께 분석했다.
연구 결과, 비당뇨 비만 환자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 용량을 단계적으로 높였을 경우 약 3~4주 만에 모델상 ‘50% 내약 적응(50% tolerance)’ 수준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 절반에서 오심이나 구토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반복적인 약물 노출에 따른 생리적 적응 정도가 연구모델에서 최대로 예상되는 적응 수준의 절반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연구에서는 비만 환자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투여한 뒤 약 3~4주 지나면 부작용 중 하나인 오심·구토에 대한 생리적 적응이 상당 부분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자료를 토대로 세마글루타이드·티르제파타이드 등 적응기간보다 짧았다.
다만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환자별 임상자료를 직접 모델링한 반면 경쟁 약물은 기존 논문과 허가자료를 이용해 간접 추정한 결과인 만큼 약물 간 내약성 우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용량 유지 or 초기 고용량 한계…균형 잡힌 ‘단계적 증량’ 권고
특히 용량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이상반응 관리에 유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9개 투여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1mg 등 지나치게 낮은 용량을 장기간 유지하면 초기 오심·구토를 줄일 수 있지만 약물 누적 노출 역시 늦어져 신체 적응은 지연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반대로 처음부터 6mg, 8mg, 10mg 등 높은 용량을 투여하면 적응 속도는 빨라졌지만 투여 첫 1~2주 오심·구토 부담은 약 1.3~1.4배(단계적 증량군 대비)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낮은 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투여량을 높이는 방식이 초기 위장관 이상반응을 억제하면서도 약물 적응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에페글레나타이드 10mg 유지용량까지 도달하려면 최소 약 4주가 필요하며 환자 내약성을 고려할 경우 증량기간을 약 8주까지 늘리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역시 위장관 이상반응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 중이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위고비는 0.25mg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0.5mg, 1mg, 1.7mg 등으로 증량하며 통상 17주차부터 유지용량에 들어간다. 환자가 견디기 어려운 경우 증량 시점을 추가로 4주 늦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티르제파타이드 성분 젭바운드도 2.5mg에서 투여를 시작한 뒤 최소 4주 간격으로 2.5mg씩 증량한다. 목표 유지용량에 따라 전체 증량기간은 달라진다.
연구진은 기존 임상시험과 허가자료에서 확인된 오심·구토 감소 양상을 이용해 다른 GLP-1 계열 치료제의 적응 시점도 간접적으로 추정했다.
약 50% 수준 적응이 나타나는 시점은 리라글루타이드 4~8주, 둘라글루타이드 6~7주,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각각 16~20주로 추정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번 연구모델에서 약 3~4주로 예측됐다.
분석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개별 환자 데이터를 통해 직접 모델링했지만 다른 약물은 기존 논문, 허가자료에서 오심·구토가 감소하는 양상을 토대로 적응기간을 역산했다.
연구진 역시 이를 직접적인 약물 간 내약성 비교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에서도 위장관 이상반응 발생률이 일부 나타난다. 한미약품이 성인 비만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40주 기준 오심 발생률은 16.72%, 구토 11.71%, 설사 17.73%였다.
미국 허가자료에서 위고비 성인 체중관리 임상 오심 발생률은 44%, 구토 24%, 설사 30%였으며, 젭바운드는 유지용량에 따라 오심 25~29%, 구토 8~13%, 설사 19~23% 수준으로 보고됐다.
두 제품 모두 위장관 이상반응은 주로 용량을 높이는 기간에 발생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위고비·젭바운드 임상시험은 연구기간과 환자 특성, 투여용량 및 증량 방식 등이 서로 달라 이상반응 발생률을 단순 비교해 안전성 우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오심이나 구토 등 빠른 적응, 실제 임상서 재현될지 관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치료 초기 반복되는 오심이나 구토로 투약을 중단하거나 목표 용량까지 증량하지 못하면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렵다.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도 단순히 오심·구토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치료 초기 증량기간을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빠른 적응 특성이 실제 진료 환경에서도 재현된다면 초기 치료 중단을 줄이고 목표 치료용량 도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증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오심·구토 관리기간이 짧아질 경우 추가 약물 처방이나 의료기관 방문 등 환자 치료 부담을 낮출 여지도 있다.
임형석 서울아산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빠른 적응이 목표 치료용량 조기 도달과 장기적인 치료 순응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향후 관건은 모델에서 확인된 위장관 적응 속도가 실제 장기 투여 환자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 여부다.
임형석 교수는 “치료 용량으로 장기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이는 방식이 초기 오심·구토 부담을 낮추면서 약물에 충분히 적응토록 하는 합리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중감량 효과와 장기 지속성, 치료 중단 감소율 등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며, 경쟁 GLP-1 치료제와의 적응기간 비교 역시 서로 다른 임상자료를 이용한 간접 분석인 만큼 내약성 우위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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