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환자단체와 제약업계, 보건당국이 머리를 맞댔으나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환자단체와 제약업계는 신속등재 대상 확대와 평가 유연성을 요구한 반면, 보건당국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여건상 사후관리 기전과 정밀한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30일 국회 김윤 의원실 주최로 열린 ‘중증질환 신약 접근성 확대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 전략 토론회’에서는 신약 급여 지연 해소와 약품비 지출 구조 개선 방안을 둘러싼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환자단체 “평가 단축 및 신속등재 확대 절실”…제약업계 “재정 배분 우선순위 재조정”
환자단체는 급여 평가기간의 장기화와 협소한 신속등재 적용 범위를 지적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영 사무총장은 “행정상 등재 일수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대기하는 실질적인 시간”이라며 “신속등재 시범사업 대상이 5개 질환에 불과한 것은 턱없이 부족하며, 대기 중인 약제와 미해결 치료제에 대한 조속한 본사업 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제약사의 등재 신청부터 암질환심의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까지 거치는 데만 1년 이상 소요된다”며 “암 진행 속도를 행정 절차가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선평가 단축과 함께 사후평가를 활용한 유연한 접근성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약제 선별급여 도입 논의에 대해서는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수단으로 변질돼선 안 되며 본인부담상한제 연계 등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최인화 전무는 재정 지출의 구조적 조정을 촉구했다.
최 전무는 “중증·혁신신약의 실제 급여 소요 기간은 3~4년에 달한다”며 “재정 효율화는 단순한 지출 삭감이 아닌 합리적 배분 문제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탄력 적용 모델의 조속한 제도화와 신속등재 탈락 품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심평원·공단 “사후평가 수용성 선행” 복지부 “선별급여·약가유연계약제 등 대안 모색”
정부와 보험당국은 재정적 한계 속에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업계의 협조와 객관적 근거 창출이 수반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소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기등재 의약품 상한금액 재평가 등 직권 조정을 통해 약 1만여 품목을 정비하며 확보하는 재정 절감분도 고가 신약 1~2개 투입 비용과 맞먹는 것이 현실”이라며 “단일 환자 절박함과 5천만 국민의 공적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특히 사후관리 트랙에 대한 제약업계의 소극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신속한 진입을 위해 사후평가 트랙을 열어두고 실사용데이터(RWD)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면 비용과 인력 부담을 이유로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제약사가 적잖다”며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제약업계의 책임 있는 동참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영민 약제관리실 부장은 “공단은 환급제, 위험분담제(RSA), 약가유연계약제 등을 통해 글로벌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등재를 돕는 기전을 지속 확대해 왔다”며 “현재 추진 중인 신속등재 시범사업도 선등재 후평가에 준하는 획기적 시도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다각도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허만료 의약품의 실질적 가격 경쟁을 통한 재정 절감과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수급 유지를 당부했다.
김민정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보장성 강화 기조를 유지하며 제도적 대안을 정교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무관은 “최근 5년간 희귀·항암제 약품비 증가율은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올해 3분기 기준 신약 급여 및 적응증 확대 건수도 전년도 실적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여와 비급여 이분법적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선별급여 적용 범위를 고민하고 있으며, 신속등재 시범사업과 ICER 임계값 개선 연구, 약가유연계약제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혁신성 인정과 재정 건전성 간 균형을 맞춰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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