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 전공의 모집 '희비'
진단키트 등 ‘K방역’ 효과 톡톡 vs 비인기과 서러움 여전
2021.12.16 06:0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  ‘진단’이란 공통점을 가진 두 진료과의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현장은 물론 연구 분야에서도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진단검사의학과와, AI 시대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만년 비인기과’ 병리과다.
 
2022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진단검사의학과는 예년보다 지원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당분간 높은 관심을 받을 거란 예측이다.
 
반면 병리과는 올해도 지원자 찾기가 힘들었다. 개원이 용이하지 않은 점과 낮은 수가, 그리고 신기술 발달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지원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K방역’ 후광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경쟁률 대폭 상승 
 
진단검사의학과는 코로나19에 따른 ‘K-방역’의 세계적 인정과 함께 주목받으며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얻었다.
 
일부 지방병원은 충원에 실패했지만 예년보다 경쟁률이 향상되며 빅5 병원을 비롯한 수도권은 대부분 충원에 성공했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수련병원 86곳을 대상을 ‘2022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진단검사의학과는 총정원 44명에 41명이 지원해 경쟁률 0.93대 1으로 마무리 지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2명 모집에 3명이 지원해 1.5:1로 마감했으며, 세브란스병원 역시 4명 모집에 6명 지원으로 1.5: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대병원 또한 3명 모집에 4명이 지원해 1.33:1의 경쟁률로 충원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각각 3명씩 모집에 나섰는데, 둘 다 정확히 3명이 지원하며 1:1의 경쟁률으로 마감했다.
 
그 외에 수도권 중심 병원은 건국대병원이 1명 모집에 지원자 2명이 모여 2:1으로 선전했으며 분당경희대병원 역시 2명 모집에 3명이 모여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
 
▲강북삼성병원 ▲경상대병원 ▲경희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영남대병원 ▲울산대병원 ▲전남대병원 ▲중앙대병원 등도 경쟁률 1:1로 충원에 성공했다.
 
다만 지방의 경우 미달되거나 지원자가 없는 병원이 많았다. 충남대병원은 올해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2명을 선발하고자 했지만 지원자는 1명에 그쳤다.
 
경북대병원과 계명대동산병원, 단국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아주대병원, 원자력병원, 원주세브란스병원, 일산백병원 전북대병원, 한양대병원 등을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권계철 이사장(충남대병원)은 “예년에 비해 지원자가 많이 늘었다”며 “K방역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진단검사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원율이 향상됐다”고 평했다.
 
그는 “하지만 진단검사의학과뿐만 아니라 모든 과가 수도권에 집중돼 심각한 문제”라며 “필수진료과임에도 전공의 인력이 수급되지 않아 교수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는 지방병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단검사의학과 또한 올해 빅5 병원이나 수도권의 대형병원들은 지원율이 크게 올라 충원에 성공했지만 지방병원은 여전히 구인난이 심각했다”고 덧붙였다.
 
권계철 이사장은 “전공의 유인책으로 3년제 수련을 논의했지만 서울 대형병원들 반대가 심해 유예된 상태”라며 “25%에 해당하는 인력이 사라지니 병원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예비전공의 및 의대생에게 “코로나19 사태로 조명받았듯이 진단검사의학과는 모든 진단과 치료의 기본이 되는 전문과목”이라며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치료나 예후가 잘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체외진단 의료기기나 시약 등 산업계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의료계뿐 아니라 산업계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우수한 인재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우울한 병리과, 절반도 못채운 정원
 
조직‧세포 검사를 통해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병리과는 암 같은 중증질환에서 그 역할이 크다.
 
코로나19가 강타하면서 각광받은 진단검사의학과와 업무의 결이 다른 병리과는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도 비인기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데일리메디가 조사한 86개 수련병에서 병리과는 총 정원 73명 중 30명만이 지원하며 0.41:1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빅5’ 병원들도 병리과는 대부분 미달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단일 병원으론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한 서울대병원은 정원 5명에 3명이 원서를 접수하며 0.6:1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병원 중 최초로 ‘디지털병리’를 도입한 가톨릭의료원도 5명 모집에 단 2명이 지원하며 0.4:1 경쟁률로 전반기 모집을 마감했다.
 
빅5 중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두 곳인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정원을 간신히 충족했다. 두 병원의 정원은 각 4명씩이었다.
 
빅5 가운데 가장 부진했던 세브란스병원은 6명 정원에 3명만이 지원하며 0.5:1 경쟁률을 보였다.
 
빅5를 제외한 대형병원 가운데선 분당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이 선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3명 정원에 4명이 지원했고(1.33:1), 부산대병원은 1명 정원에 2명이 지원(2:1)하며 경쟁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대형병원들은 지원자가 전혀 없는 경우가 속출했다. 원서를 접수한 병원을 파악하는 것이 빠를 지경이었다. 지방과 수도권 관계없이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건국대병원 ▲경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영남대병원 ▲울산대병원 ▲원주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은 각 1명씩 지원을 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25개 병원은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대한병리과학회 이연수 이사장(서울성모병원)은 “병리과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위기설이 대두되는 과목 중 하나”라며 “비슷한 위기론이 제기되는 영상의학과와의 경우 수가가 높고 수요도 많지만 병리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AI가 병리과 전문의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병리의 보편화가 이뤄져야 하며, 그렇게 된 이후에도 AI 시스템을 구축 및 감독하는 역할 등 병리과 전문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연·임수민 기자 (mut@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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