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산업이 꾸준히 성장, 발전하고는 있지만, 정부 체계 비효율성에 부딪혀 양적‧질적 성장이 다소 더디다는 의견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제기됐다. 바이오산업 성장 촉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 4월 26일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동력화를 위한 정책 거버넌스 개선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보건의료산업은 2014~2020년 동안 연 평균 5.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분야별로 제약‧바이오 4.40%, 의료기기 6.33%, 의료영상장비 3.94%, 체외진단 6.71% 디지털헬스 16.79%의 성장폭을 나타냈다.
국내 산업 또한 고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994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연평균 생산 증가율은 19.4%, 수출 증가율은 22%였다. 의료기기산업도 2013~2020년 연평균 생산 증가율 13.3%, 수출 증가율 17.2%였고, 특히 2021년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활약으로 16.4%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양적 경쟁력은 부족한 현실이다. 2020년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규모는 17조4000억원으로, 2020년 글로벌 바이오시장 5040억달러(643조8600억원)의 2.9% 수준에 그친다.
질적 경쟁력 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2018년 미국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월드 뷰가 진행한 54개국 비교 평가에 따르면 한국 바이오산업 경쟁력은 26위로 중위권이다. 2016년 순위 24위보다도 하락했다.
2020년 매출 기준 글로벌 제약기업 상위 50위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전무하며, 100위 이내 기업도 92위 유한향행과 95위 GC녹십자만 턱걸이로 포함됐다.
산업연구원은 이같은 바이오산업 경쟁력 성장 지연의 원인으로 ‘거버넌스의 미흡함’을 꼽았다. 진흥과 규제를 관장하는 정책은 많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 정책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수 부처에서 병렬적‧분절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바이오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정책이 누락되거나 혁신 바이오제품의 시장 진입에 장애로 지적되는 법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바이오산업 경쟁력을 효율적을 높이려면 분절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을 가치사슬 전 주기 차원에서 연계하고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지원하는 정책 거버넌스 체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산하 바이오특별위원회 등 현 정책 추진 체계에서는 부처별 정책의 실질적인 조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정책 거버넌스 체계 개선 방안으로 크게 3가지 안을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부터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 관계부처 장관 회의 등 현 정책보다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경제특별위원회’(가칭)를 설립해 미국과 같은 대통령실 중심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있다”며 “대통령 중심 최상위 정책위로서 부처간 협력과 정책의 화학적 융합을 실질적으로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문위 특성상 실질적 정책 추진 및 강제성 면에서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상설행정위원회로서 국무총리 산하 ‘바이오경제위원회’(가칭)을 신설하는 방법도 있다”며 “다부처 협력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 통제 관리 권한을 부여해 행정 추진 역량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상설행정위 신설에 대한 행정 부담이 크고 예산 등 실질적 행정 역량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경제 관련 주요부처 장관들이 ‘바이오관계장관회의’를 마련해 부처 간 정책‧조정 연계를 효율화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며 “부처 간 정책 조정을 위한 행정부담이 다른 방안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부처별 거버넌스 체계는 계속 독립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총체적인 정책 컨트롤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