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치료 편하게 받으세요' 아직도 성행 ‘환자방’
단기계약·가격저렴 등 일반 숙박시설보다 '장점'···시설 측면은 '아쉬움'
2018.11.14 05:53 댓글쓰기

“환우, 간호사 환영. 병원 바로 앞 위치. 용량 큰 냉장고, 무료 인터넷 됩니다. 전자렌지도 있어요.”

10여 년 전, 서울 대형 상급종합병원 입원실 부족과 암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일명 ‘환자방’이라고 불리는 신종 숙박업소들이 생겨났다.

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방세를 받고 숙식과 간단한 편의 시설을 제공해 준다. 장시간의 항암 치료 후 체력이 떨어진 상태지만 병원에 머물 수는 없는 환자들이 주로 찾는다. 때로는 환자의 통원을 도와야 하는 보호자들이 함께 머물기도 한다.

환자방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문제 중 하나인 환자 쏠림 현상이 낳은 결과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 주변에 환자 없는 병원과 병실이 넘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환자들은 대형병원만을 찾는 현실을 반영하는 풍경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도 이런 이 환자방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관계자는 “입원을 기다리고 있거나 진료가 밀리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환자방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머물 곳을 알려달라며 병원에 문의를 해 오는 환자나 보호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숙박업소가 존재하지만 환자방에 대한 수요가 아직도 있다.

부산에 거주하며 서울 소재 의료기관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오피스텔은 가격이 부담되고 단기계약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어 통원을 선택했는데 항암치료가 길어지니 체력이 떨어져 회복을 위한 쉼터나 환자방 같은 곳을 다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항암치료를 받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과 지방을 오간다고 밝힌 B씨도 “한 달 정도 머물 곳이 필요한데 시끄럽지 않고 적당한 숙소를 당장 찾기가 어려워 인터넷으로 환자방을 알아봤다”며 “시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병원 근처에 있고 당장 입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C씨 보호자는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에 머물고 있어 가족 중 한 명이 근처에 단기임대를 구하려고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며 “환자방은 일 단위 계약도 가능하고 인터넷상의 암 환자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구할 수 있어 보호자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있다”고 답했다.

숙소 전전하는 환자들
환자방은 주로 대형병원 및 국립암센터 인근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인근 환자방 관리자는 “대학병원이나 암센터 근처는 환자방이 아직 잘 된다”며 “대략 하루 4~5만원, 한 달 90만원 정도가 싼 편”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홈페이지를 통해 병원 인근 숙박시설을 안내하고 있다. 고시원 형태의 ‘리빙텔’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근처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같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방 이라고 하지는 않고 전단지만 따로 붙인다”며 “병원에서 왔다고 하면 장기계약 할 때 할인도 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복을 위한 환자방이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한 환자방 업자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시는 “숙박업소는 일반 주거용 건축물보다 엄격한 소방안전 기준이 적용되는데 다세대 주택을 환자방으로 불법 운영하고 있는 경우 화재 등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편의 측면에서도 환자방이 일반 숙박시설에 비해 차별화돼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 했다.

서울아산병원 근처에서 환자방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D씨는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갈 곳이 없어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방도 낡고 불편했다”며 “가격에 비해 만족 스럽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구한 곳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보호자도 “원룸이나 고시원 같은 곳과 시설에 큰 차이는 없었다”며 “부모님은 오히려 환자들만 있어서 병원 같고 안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불만은 있지만 환자들에게 쉴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항암 치료를 받고 나면 체력이 약한 환자들의 몸은 녹초가 되지만 있을 곳이 없다. 입원실은 둘째 치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자연스레 요양병원이나 숙소를 전전하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D씨는 “항암 치료를 기다리는 것부터가 전쟁 같다. 공휴일 전에는 예약을 하고 와도 5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은 적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기실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도 불편하고 어차피 더 있을 수도 없어서 쫓기듯 병원을 나오면 하루가 다 간다. 나도 힘든데 암환자들 체력으로는 어떻겠나”고 하소연했다.

병원으로서도 특별한 대책은 없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방에서 오는 환자들은 MRI 검사만 밀려도 또다시 긴 거리를 왕복하기 때문에 불편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편의상 환자방을 찾는 경우가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이를 권장할 수도, 그렇다고 막을 권한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난감한 입장을 밝혔다.

10년 째 변함없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환자방 성행은 암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서울권 병원은 암환자 입원율이 정책 시행 전 32.9%에서 정책 후 34.9%로 약 2%P 증가했다. 빅5 병원 또한 23.6%에서 25.8%로 2.2%P 늘어났다.

김윤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암환자 이동 현상이 또렷하게 나타났다”며 “문재인케어 역시 보장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계속되고, 상대적으로 중소 병원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전체 진료비 대비 빅5병원 진료비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5.8%를 차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점유율 현황 가운데 빅5병원의 2013년 진료비는 2조7455억원(5.4%), 2014년 2조9690억원, 2015년 3조2218억원, 2016년 3조6944억원(5.7%)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김승희 의원은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빅5병원 진료비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문케어, 선택진료 폐지, 상급병실료 급여화 등으로 올해부터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병원에 몰리는 환자들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의료시스템의 문제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중증도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향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진료를 예약하고 수납하는 것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숙소를 찾아다니며 병원을 오가는 환자들의 어려움에는 변함이 없다. 복합적인 모순의 결과로 날마다 전쟁을 치러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일상이 버겁기만 하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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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병화 04.18 19:37
    삼삼엠투라는 어플설치해서 암센터라고 검색하시면 1주일단위로 단기임대 하는 집들 나와요~~환자방보다는 훨씬 머물기 편하실거에요
  • 우경애 07.06 08:15
    암환자 숙식제공 차량등 찾아요
  • 우경애 07.05 21:40
    항암치료중인데  숙식 차량제공되는곳찾아요.
  • 김 영희 04.16 23:36
    두달정도 가격이 얼마인지요

    취사와 생활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 복지부 11.14 11:37
    복지부 공무원 왈 서울소재 상급종병은 이미 병실이 100% 포화상태라 환자쏠림현상이 더 심화될거라 보지 않는다
  • 아주 11.14 10:22
    대형병원과 상급병원 쏠림은 진료 수준의 차이라 곰생각합니다.  작은 병원에서 찾아내지 못하는 것을 쉽게 찾아내고 수술 방법에도 차이가 있더라구요.  암환자의 경우는 더 심하구요.  항암하면서 통원하는 것은 정알 힘듭니다.  환자가 안정된 치료를 받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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