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구 사망 위험요인 1위는 고혈압으로, 고혈압 환자는 11억명이며 이중 94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하지만 고혈압의 위험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인식도 제고 및 정책 등을 위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했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은 지난 11월9일~10일까지 이틀간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29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 사전 등록 인원은 총 500여 명으로 고혈압학회가 발족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17개국에서 107편의 초록이 등록됐다.
'더 나은 고혈압 조절을 위한 세계 각국과의 협력'이란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는 미국·일본·이탈리아·호주·베트남·대만 등 8개국 13명의 해외연자가 초청됐다.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만든 유럽고혈압학회의 좌장 격인 쥬세페 만시아 밀라노-비코차대 교수,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스피린트 연구의 PI였던 제프 윌리엄슨 교수, 일본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가즈오미 카리오 교수 등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매년 개최되고 있는 한-일 고혈압학회 조인트 심포지엄을 통해 '노인 고혈압'에 대한 현황을 공유하고, 아시아 고혈압 세션에선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지역 고혈압 질환 현황과 전략 및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고혈압 진단기준, 아시아 지역 전파"
올해 핫 이슈는 역시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다. 미국이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Hg으로 낮췄지만, 한국은 140/90mmHg 기준을 유지했다. 두 번째로 발표한 국내 가이드라인에 유럽, 싱가포르 등이 동참했다.
대신, 한국은 정상혈압인 120/80mmHg 미만 다음 단계로 주의혈압과 고혈압 전단계를 추가했다. 주의혈압은 수축기혈압 120~129mmHg, 고혈압 전단계는 수축기혈압 130~139mmHg이 해당된다.
조명찬 이사장은 "미국이 가이드라인 기준을 바꾼 것은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 빨리 인지하고 치료하는 게 공중건강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미국의 기준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절반이 고혈압 환자라는 '역학적인 오류'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뿐 아니라 취업, 승진, 학업, 보험 등 사회적 파장이 굉장히 커질 수 있어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진단기준을 유지했다"며 "이후 유럽에서 우리와 같이 진단기준을 유지했고, 싱가포르 보건부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내년 4월 가이드라인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역시 한국, 유럽과 같이 진단기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고혈압학회는 이 같은 국내 가이드라인에 대해 아시아 고혈압학회 관계자들에게 공유하고, 소개하기 위한 간담회도 가졌다.
조 이사장은 "향후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미국, 유럽, 아시아 가이드라인으로 가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세계 인구 70억 중 45억명이 아시아 사람이기에 아시아 가이드라인이 갖는 임팩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가이드라인이 아시아인에게 더 적확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중국, 대만 등도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이같은 기회를 통해 한국이 아시아의 리더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명찬 이사장은 최근 세계고혈압학회 및 아시아태평양고혈압학회에서 신임 임원으로 뽑혔다. 조 이사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에서 새로운 임원인 카운슬멤버로 선출돼 4년간 활동하게 된다.
이와 함께 아시아태평양고혈압학회에서도 새로운 임원(executive council member)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