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지방 어느 중소병원 이야기다. 정부 시책에 따라 감염내과를 신설하긴 했는데 산부인과 의사가 감염내과 과장을 맡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법과 제도를 악용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대한감염학회 김양수 이사장(서울아산병원)[사진]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감염관리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김 이사장은 "중소병원에서는 감염 관련 전문의를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경영적인 부분을 무시하지 못하고 감염내과 의사를 따로 뽑으려 하지 않는 병원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이사장은 "물론 예전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상당 부분 변화가 이뤄지긴 했지만 소위 빅5 병원을 제외한 중소병원급에서는 정부에서 할 수 없이 강제하기 때문에 그 기준을 맞추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컨대, 감염전담 의사는 현행법에 따르면 300병상 당 1명이 배치돼야 하는데 감염내과 소속이 아니라도 돌아가면서 이름을 올리는 등 그야말로 감염을 ‘전담’하는 의사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김 이사장은 "감염전담 의사로 채용된다고 해도 여러 명의 몫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병원들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제대로 된 감염관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상반기 감염관리수가 등 포함 종합대책 제시
사실 메르스 사태,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탓에 의료기관 경영진들은 상당한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이사장은 "위상이 흔들려 고개를 떨궈야 했고 때로는 병원장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며 "자의든, 타의든 그만큼 상당 수 의료기관 원장들이 감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내과 의사를 채용하는 일이 병원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아 보인다. 소위, 병원 내에서 수익을 올리는 진료과가 아니라는 게 김 이사장의 해석이다.
김 이사장은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감염 사고에 대비한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이 뒤따라줘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때문에 감염전담의사를 온전히 채용했을 때는 해당 기관에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이사장은 "병원으로 하여금 감염 전문가들을 적극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감염관리의사를 의무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감염학회는 앞으로 감염 전문가들의 적정 인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염전담의사 자격, 그리고 그 자격을 누가 인정할 것인지를 비롯해 총체적인 연구에 돌입할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복지부와 지속적인 협의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수가 문제도 포함해 앞으로 학회 중점 사업으로 다루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내년 상반기 경이면 감염관리수가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적정한 수준의 감염내과 의사 수가 필요하다. 제2, 제3의 감염 사고가 터지지 않으려면 지금의 인력으로는 모자라다"며 "적정한 인력을 산출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