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수련을 모두 마쳤지만 백내장 수술도 못하는 전공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
대한안과학회 박기호 이사장은 전공의 수련 실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엄연한 외과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집도 경험 부족으로 ‘전문의’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현실에 대한 개탄이었다.
박기호 이사장은 “안과의사로서 4년 수련을 마치면 적어도 백내장 수술은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제대로된 술기를 갖춘 전공의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환자들이 부분마취를 하고 눈을 뜬 채 수술받는 안과의 특성에 기인한다. 경험이 부족한 전공의에게 수술받기를 꺼리는 환자들로 인해 교육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강한 항의를 감수하면서까지 술기 전수를 위해 수술 중 손을 바꿀 수 없는 탓에 전공의들이 가장 기본적인 백내장 수술조차 집도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병원 국제인증 시스템, 전공의 술기교육은 제한 등 오히려 역효과"
박기호 이사장은 전공의들의 수술 경험 부족의 또 다른 원인으로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등 국제인증을 지목했다.
대부분의 국제인증 기준에는 전공의들의 집도를 제한하고 있어 수련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그는 “국제인증은 수준 높은 진료를 지향하면서도 정작 술기 교육에는 인색한 모순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공의들이 술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수련기간 중 백내장 수술을 해본 국내 전공의 90% 정도는 수술 횟수 20건을 넘지 못했다. 반면 캐나다는 100건 이하 경험한 전공의가 5%에 불과했다.
백내장 수술 등 안과 술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전공의들의 해외 원정실습은 이미 안과사회에서는 공공연한 얘기가 된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인도 등에 백내장 수술 실습을 주선해 주는 상품도 등장했다. 프로그램 비용은 항공료, 체류비 등을 포함해 1000만원 정도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사들은 현지인 수술 1건 당 20~25만원의 비용을 내고 20건 정도를 실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경험 부족, 해외로 나가는 현실 개탄스럽다"
박기호 이사장은 “수술경험이 부족해 해외로 원정실습을 나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학회 차원에서 전공의들의 술기 교육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안과학회는 전공의들의 술기 교육 강화를 위해 최근 수술 시뮬레이션 기기 2대를 구입하고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전공의들이 수술환경과 흡사한 조건에서 술기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공의들은 소모품 비용 정도만 부담하면 시뮬레이션 기기를 통한 술기교육을 받을 수 있다.
박기호 이사장은 “전국에 있는 전공의들이 환자를 직접 수술하기에 앞서 시뮬레이션 기기를 통해 술기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환자나 전공의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과 등 일부 진료과목에서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을 시행 또는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안과 전공의 수련기간은 4년을 유지할 것”이라며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등으로 가뜩이나 수련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의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4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