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1]지난 2006년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여의도성모병원의 백혈병 환자에 대한 고액 진료비 청구로 촉발된 임의비급여 사태가 줄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권리 찾기에 나선 병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무리한 요양급여비 삭감 조치에 대해 잇따라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이에 데일리메디는 대형사건 위주로 대학병원과 의원급 소송사례를 짚어봤다.
2011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최근 3년 동안 병원이 제기한 소송이 무려 186건이나 된다.
이중 93건의 결과가 나왔는데 11건이 의료기관의 승리였다. 병원이 일부 승소한 8건 까지 합치면 총 19건이다. 심평원이 다섯 번 중 한 번은 틀린 판단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의원은 “심평원의 심사기준이 의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일선 병원에서 나오기도 한다”면서 “심평원이 틀린 판단을 심심치 않게 하는 원인이 혹시 이러한 지적처럼 심사기준이 의료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생기는 것은 아니냐. 심사기준이 의료 현실에 맞는지 점검하고 개선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줄 소송 이어진 임의비급여 사태
백혈병 환자에 대한 임의비급여 청구로 심평원의 요양급여비 삭감 조치에 대해 병원들이 잇따라 부당함을 외치며 반기를 들기 시작한 사건이 임의비급여다. 이후 환자들의 집단 민원과 소송, 보건복지부 실사로 이어져 사건은 일파만파 커져 급기야 대법원까지 가는 선례를 남겼다.
이후 성모병원은 진료비 부당징수를 이유로 복지부로부터 28억3000만원의 환수처분과 141억원의 과징금을 처분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과징금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잇달아 1·2심에서 승소하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이다.
특히 각각의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급여기준을 벗어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행위 허용 여부여서 대법원 판결이 다른 소송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절차 무시한 영상장비 수가인하 병원계 '勝(승)'
복지부는 지난해 3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영상장비 수가를 종전보다 CT 15%, MRI 30%, PET 16% 각각 인하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영상의학회, 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 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 등 44개 기관의 병원계는 인하 시 환자부담금 수입 감소 등을 포함해 연간 3000억원의 경영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병원계는 즉각 수가 산정 근거를 요구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계는 전문가평가의 중요성을 파고들었다. 이번 영상장비수가조정에 있어서 의료전문가의 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 채 수가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병원계의 이러한 주장으로 의료행위전문가평가위원회의 역할이 재조명받았고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병원계 손을 들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법원 판결 일주일 후 영상장비 수가 인하 고시 집행정지 신청에 즉시 항소했다.
금년 4월 서울고법에서는 상대가치점수 인하고시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영상수가 인하고시 처분을 둘러싼 병원과 복지부 간 싸움에 법원이 또 다시 병원계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앞서 지난해 결정된 법원의 영상수가 인하고시 처분 집행정지도 그대로 유효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 등 44개 의료기관이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상대가치점수 인하고시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복지부가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CT, MRI, PET에 대한 영상장비 수가를 인하한 복지부의 조치는 위법해 영상수가 관련 행위별 인하 조치는 모두 취소하며, CT·MRI·PET 상대가치점수를 각각 15%, 30%, 16% 인하한 고시는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잘못됐다”고 판결 내렸다.
심평원 삭감 총대 멘 서울대병원
올 4월 서울대병원이 불과 60여 만 원에 불과한 금액으로 심평원을 상대로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이번 소송은 간(肝) 질환자에 대한 급여삭감에서 비롯됐다. 개두술을 통해 전극을 삽입, 2주후 뇌파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의 간질파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데 따른 급여청구비 논란을 빚은 것이다.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심평원의 의료급여비용 삭감처분 취소 소송”이라면서 “금액이 60만 원밖에 되지 않는 소액이지만 심평원의 불합리한 수가규정을 고발하는 것이라 의미 있는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0년 3월 심평원을 상대로 원외처방 약제비와 임의비급여 문제가 혼합된 진료비환불처분 무효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를 거두면서 의료계에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그 후 세브란스병원, 고대의료원, 길병원 등 40개 병원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줄 소송의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 역시 병원들을 상대로 계속되는 심평원의 삭감조치에 대해 총대를 멘 소송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현재 서울대병원 진료비환불처분 무효확인 소송은 2차 변론까지 진행돼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형병원 위주 소송 급증
빅5 병원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은 인공와우이식술과 관련된 심평원의 삭감에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소송에 승리하면서 심평원으로부터 돌려받을 요양급여비용은 2066만3540원이다.
사건은 지난 2009년 2월 세브란스병원이 난청환자 A씨(장애 3급)에게 와우 내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 자극을 통한 청력회복이 가능한 인공와우이식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심평원은 A씨가 인공와우의 요양급여 대상 요건인 양측 고도 70dB 이상의 난청환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 어음명료도 측정도 확인되지 않았고 보청기 재활이 우선돼야 한다며 재료비 전액을 삭감처분 했다.
이에 세브란스병원은 A씨의 경우 인공와우이식술 전 요양급여대상 여부와 관련한 세부인정기준을 충족했고, 성인의 경우 시행 전 필수적으로 보청기 착용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A씨는 장애인등급 판정기준에서 사용하는 6분법에 따라 청력을 측정한 결과 우측은 75dB로 양측 고도 70dB 이상의 난청환자에 해당된다. 더구나 A씨는 경제적으로 보청기 사용 후 인공와우이식술을 할 여유도 없고 이미 청력 장애 3등급에 해당하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식술을 강하게 요청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관계규정의 입법취지와 부적정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혹은 손해는 환자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보험료를 납입한 국민들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요양급여는 세부사항에서 인정하는 요양급여만 그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세브란스병원이 인공와우이식술을 시행할 당시 A씨는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며 심평원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대형병원의 잇따른 행정소송에 대해 법무법인 세승 최청희 변호사는 "대형병원들의 잇따른 소송은 심평원 등의 무리한 삭감 및 환수조치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대학병원은 물론, 중소병원의 줄 소송도 예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