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가 정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점검 온라인 실태조사 응답률을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의원(더불어민주당)은 29일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30개 공공기관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투운동과 관련해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가해자 대상 조치에 신뢰를 갖고 문제제기 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점검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약 한달간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 특별점검 차원에서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부·처·청, 광역지자체, 공공기관 2022개 기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근 3년 내 성희롱 피해경험, 피해유형, 행위자와 관계, 성희롱 발생 후 대처, 사건처리 조치 적절성, 신고 후 2차 피해 등에 대한 내용을 묻는 설문조사였다.
국립암센터 또한 그룹웨어에 공지사항을 게시했으나 설문조사가 3월 말까지 완료되지 않았고 이에 여성가족부는 담당직원 A씨에게 결과를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발송했다.
그러자 A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응답 대상자 2105명 중 2104명이 모두 설문조사에 응했으며 동일한 답변을 선택한 것으로 처리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건의사항을 적는 주관식 문항에 “이런 조사 좀 하지 마라”라고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국립암센터원장과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모두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정춘숙 의원이 요구한 2018년 국정감사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야 뒤늦게 파악, 이달 중순경 겨우 온라인 재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춘숙 의원은 “조직 내 성폭력 예방 근절 및 조직 점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불법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해 응답률을 조작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소관 부처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실시하고 추가적으로 설문조사에 문제가 있는 기관이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