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에 따른 일선 병원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고지원이 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병원들의 고충을 감안해 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려 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민간 의료기관의 소방시설 구축에 국고를 지원할 명분이 없다는 게 거절 이유였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19년 예산안에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금 1148억원을 제출했지만 기재부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복지부의 스프링클러 설치비 지원 예산안을 살펴보면 국고 30%, 지자체 30%, 병원 40% 비율로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지원대상은 스프링클러 설치 미적용 병원 1066개소(2018년 4월 기준)로, 1개소 당 1억700만원 정도씩 총 1148억원을 지원 예산으로 책정했다.
1병상 당 예상되는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은 378만원. 지원대상 1066개 병원들의 평균 병상수가 95병상임을 감안하면 총 3억5900만원이 소요된다.
복지부는 이 중 30%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총 1148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병원계의 지속적인 국고지원 필요성을 수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비용 국고지원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고대했던 국고지원이 무산되자 병원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100병상 이상 병원의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은 최소 5억원 이상이 소요되고, 정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1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어 “현재 의료기관은 자금 유동성이 낮고 채무비율은 높아 큰 비용이 소요되는 소방시설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 시 장기간의 진료기능 축소에 따른 수입 감소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병원들의 재정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준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병원에게 지우는 현실에 울화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계는 여기서 단념하지 않고 국회에 스프링클러 설치비 재정지원을 건의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일단 예산은 무산됐지만 기재부와의 협조를 통해 국토교통부의 ‘도시개발기금’ 재정을 변경해 일선 병원들에게 융자지원 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한편 30병상 이상의 병원과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지난 6월 전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병원 규모에 따라 설치토록 돼 있는 스프링클러가 앞으로는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의무화된다.
신축 병원은 법 시행 즉시 적용되며, 기존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3년간 유예기간이 부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