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의료계가 원했던 심사실명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아직은 ‘깜깜이 삭감 통보’를 명확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18개 진료과별 대표위원, 지원에 근무하는 10명의 대표위원 이름이 이번 달 ‘심사결과 통보서’부터 기재된다. 물론 첫발을 내디딘 것은 긍정적인 지표라고 해석되지만 가야 할 길이 먼 심사실명제다.
최근 데일리메디가 파악한 결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을 개정에 근거를 두고 심사결과통보서에 실명을 기재할 대표위원 명단[사진]을 확정했다.
기존 기준은 요양급여비용심사결과 통보 시 심사담당자의 성명과 전화번호를 함께 적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심사조정 결정에 참여한 전문가, 즉 심사위원 설명까지 함께 기재토록 했다.
이에 심평원은 본원 소속 18개 진료과별 대표위원을 선정했고, 10개 지원마다 한 명씩 총 10명의 대표위원을 정했다. 다만, 진료과별 18명의 위원 중에는 분야별 업무를 중복으로 맡는 위원도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심평원 본원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한방 하상미 위원 ▲안·이비인후과, 피부·비뇨기과 장혁순 위원 ▲치과 손흥규 위원 ▲혈액종양내과1 이홍복 위원 ▲혈액종양내과2 조경삼 위원 ▲호흡기알레르기, 내분비·대사내과 최희경 위원 ▲감염내과, 신경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최희경 위원 등으로 구분됐다.
심평원 지원에는 ▲서울지원 김학주 ▲부산지원 김종원 ▲대구지원 박병철 ▲광주지원 정성수 ▲대전지원 이건수 ▲수원지원 정현기 ▲창원지원 권해영 ▲의정부지원 박용수 ▲전주지원 정석구 ▲인천지원 박현선 지역심사위원장이 대표위원 명찰을 달았다.
심평원은 10월분 심사실명제 적용 건과 관련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변화가 생기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지금 당장 1000여 명의 비상근 심사위원들까지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 현실적으로 비상근 위원을 지속적으로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명단이 나가게 되면 업무 상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대표위원 적용을 해보고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을 거쳐야 안정감있게 심사실명제가 정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당장은 무의미한 상황으로 제도 확대과정 주시"
심사실명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현 상황에 대해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심평원이 뽑아놓은 대표위원의 경우는 굳이 이름을 기재하지 않아도 확인이 가능한 매우 공식적인 위원들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심사실명제가 적용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종합병원 심사까지 심평원 지원으로 이관되면서 지역심사위원장 역할이 확대된 상황이라 모르는 의료진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실명을 기재하는 것 자체에 대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점차 어떤 방식으로 확대과정을 거칠 것인지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만약 지금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적극적으로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비상근심사위원 영역까지 심사실명제가 적용돼야 무작정 깍고 보는 ‘깜깜이 삭감’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복지부나 심평원도 이 방향으로 제도를 추진한다고 했으니 아직은 믿고 지켜보는 단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