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심리 끝에 임의비급여는 다른 부당청구 유형과 구별해 다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임의비급여 부당청구를 근거로 A병원에 대해 내린 2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이 판결에 따라 A병원은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승소했다.
법원이 다른 부당청구와 달리 임의비급여에 대해 병원의 입증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감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건은 2012년 5월 보건복지부가 A병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현지조사 결과 A병원이 청구한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4억8000여만원, 의료급여비용 4000여만원이 임의비급여 부당청구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의 4배, 의료급여비용의 3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총 약 2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A병원이 2013년 해당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5년여 기간 동안 심리를 거쳐 올해 2월 1일 1심 판결이 내려졌다.
A병원은 “대법원에서는 임의비급여의 허용요건을 병원이 입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각 유형별로 대표적인 케이스를 선정해서 임의비급여 허용 요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약제, 치료재료, 검사료 등 항목별로 다양한 유형의 임의비급여 사례가 있기 때문에 병원이 건별로 요양급여기준 위반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임의비급여 허용요건에 해당되지 않거나 허용요건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과징금 감경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및 부당이득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임의비급여 허용요건을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절차적 시급성 ▲환자에 대한 설명과 동의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병원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복지부가 A병원에 내린 처분에 대해 재량권 일탈 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의비급여 허용요건은 병원측이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일부항목인 경우 임의비급여 예외적 허용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과징금 산정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의비급여 허용요건 중 일부를 충족시키지 않은 경우에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과징금 감경 사유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당금액의 4배, 3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한 처분에는 재량권 일탈 남용의 위법 사항이 있다는 결정이다.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과징금액수를 산정할 수 없으므로 모든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다”라고 판시했다.
A병원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임의비급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감안해 과징금을 감경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2012년 여의도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판결에서는 임의비급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했고 허용요건이 엄격해 임의비급여 진료를 한 경우 병원이 면책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현 변호사는 “이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정부에서는 임의비급여를 다른 부당청구 유형과 구별해 다룰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