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노동권 보호' 움직임이 가속화 되면서 병원장들의 시름도 깊어가는 모습이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이미 인력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법으로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의료업 근로자의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의료 노동자를 연장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하자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따르면 △의료 및 위생사업 △운수업 △청소업 등의 업종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 주 12시간 초과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송옥주 의원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잇따른 버스기사 졸음운전 사고는 연장근로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이러한 특례 규정 탓"이라며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극단적 노동환경이 조장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 노동자의 경우에도 과도한 장시간의 노동과 과중한 업무량에 따른 피로 증가와 건강 악화 등이 환자 사망 등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연장근로 대상 특례업종에서 운수업과 의료업을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의료 노동자의 과도한 업무를 줄이고, 의료사고를 방지하겠다는 법안의 의도와 별개로 의료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시행했다. 전공의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최대 연속 수련시간도 36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게 골자다.
바뀐 규정에 적응하는 유예기간은 올해 12월 끝나지만, 병원은 매년 전공의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업 종사자의 초과 연장근로를 제한할 경우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추진하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병원구조 특성상 항시 응급사태 대비를 위해 인력공백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는 인건비 상승과 함께 경영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 고위 관계자는 "병원은 365일 항시 돌아간다. 응급실이 없더라도 입원환자는 있다. 24시간 상황대기를 해야하는데, 특히 야간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에는 의사·간호사와 같은 의료진만 있는 게 아니다. 40~50개에 가까운 직종이 한 곳에 모여 근무를 한다. 인력충원도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병원 운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지방병원이나 전공의 근로환경에 대해서는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근로자의 초과근로를 막기 위해 규정을 상당부분 개선했다"며 법안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