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보건업이 특례업종으로 남게 된 가운데 이 분야 종사자 적용 범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근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시행 시기는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금년 7월 1일, 50~299인 사업장과 5~49인 사업장은 각각 2020년 1월 1일, 2017년 7월 1일부터다.
하지만 보건업을 비롯해 육상운송업, 파이프라인 운송업, 수상운송업 등 5개 업종은 특례업종을 유지하게 돼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법에서 말하는 기준이 통계청에서 나온 산업별 분류표가 있다”며 “그 적용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어떤 업종이 해당하는지는 통계청 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따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아래 보건업이 포함돼 있으며 병원과 의원, 공중 보건 의료업, 기타 보건업을 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보건업종 내에서 ‘어떤 일을 한다’가 아니라 ‘보건업에서 일하면 다 포함된다’는 의미"라고 시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의료업종으로 돼 있으므로 의료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기관 내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을 비롯해 방사선사, 의료기사 등도 모두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의료계 종사자들이 불행감 느끼면 환자 안전과 직결” 비판론
그러나 삶의 질에 무게를 두는 등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고 환자 안전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건업이 근로시간 단축에서 제외된 이후의 상황을 심도 있게 관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기 소재 A대학병원 교수는 “24시간 환자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일반 직종과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완책 없이 그대로 근무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발전한 것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노고에 있다”며 “의료계 종사자들이 힘들고 불행감을 느끼면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간호사와 전공의 등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것은 환자와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서울 소재 B대학병원 간호사는 “장시간에 걸친 노동은 근로자의 집중력을 분산시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곧 근로자 건강뿐만 아니라 환자 생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보건 의료계에 고착화돼 있는 장시간 근무가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기에 인력적 측면에서 해결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병원들이 인력을 대폭 늘려서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면 인력 문제도 해결하고 의료서비스 질도 개선할 수 있다”며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는 인력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인력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59조 특례조항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