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진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혁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의 추가 고용·재원 마련 등 과제 산적…의료계 "선(先) 수련환경 개선”
2024.10.25 04:54 댓글쓰기



[기획 4] 정부가 추진하는 전문의중심병원 전환 정책은 그간 극심했던 레지던트(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를 중심으로 병원 운영체제를 전환해 의료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갈등에서 전공의들이 임상현장을 이탈하자 수련병원이 사실상 마비에 가까운 타격을 입으면서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은 더욱 앞당겼다. 이에 정부는 전문의중심병원 전환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의 배치 기준 강화로 의료기관 설립 시 전공의를 전문의의 절반 수준으로 배치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전문의 고용 확대와 업무부담 경감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국립대병원 및 지역 수련병원에 적용할 예정이다. 전공의 수련환경은 물론 상급종병 진료량 축소와 인력구조 개편으로 중증 및 응급환자 중심의 진료체계를 구축코자 한다. 또 이 과정에서 간호법 역시 통과됐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해당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여럿 나오고 있다. 이는 인건비 부담, 필수의료 인력 부족, 국립대병원과 민간병원 간의 불균형 문제 등 다양한 이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의료계에서 지적되는 문제에 대한 간극 등을 살펴본다. 


전문의 중심병원보다 수련환경 개선


현재 의정갈등 사태로 수련병원이 대다수인 상급종합병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상급종병에서 근무 중인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은 37.8%이며 전문의 비율은 57.9%다. 


전공의 비율이 최대 63.7%인 곳도 존재한다. 반면 해외 전공의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메이요(Mayo) 클리닉은 10.9%, 일본 도쿄대병원은 10.2%다. 


이에 정부가 추진 입장을 밝힌 빅5 병원을 선진국 수준 비율인 11%로 맞추기 위해서는 단순 수치상 연간 3조원 이상의 인건비가 필요한 셈이다. 


의료계에서 “현재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의료대란을 해결키 위해서는 비현실적 전문의 중심병원의 정책 제시보다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현장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첫째도 둘째도 ‘재정’…전문의 추가 고용 부담


전문의 중심 병원에 대한 과도한 인건비는 의료계 도처에서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신경철 영남대학교병원장은 2024년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이 병원 운영에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쉽게 말해 병원 의료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보상 체계가 충분하지 않으면 전문의 고용 확대는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경철 병원장도 전문의 1명당 월급을 1000만원으로 가정할 때 빅5 병원조차 연간 3조원 이상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기타 주요 병원들도 현실적 비용문제에 직면해 전문의병원 실현은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신 병원장은 “대학병원에서 월급 1,000만원대 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다수 병원 관계자들은 전문의를 대거 고용할 경우 병원 운영이 많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수가인상이 전제되지 않으면 병원이 전문의를 고용하면서 재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의대 정원 증가→전공의 인건비 부담


의대정원 증원으로 전공의 수를 늘려도 인건비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4년에 의대 정원이 1500명 증원되면 6년 후에는 4500명의 인턴이 필요하다. 이때 발생하는 인건비가 병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신 병원장에 따르면 영남대병원 기준, 전공의 1명당 연간 60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한다. 그에 따른 기타 국립대병원 인건비 부담 역시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립대병원 중심 지원…민간병원 역차별 문제


또 민간병원과 국립대병원 간 지원 격차나 범위 등 선별 문제도 예상된다. 


국립대병원만 정부 지원을 받게 될 경우 국립대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민간병원은 전문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역 민간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블랙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립대병원의 독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또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과정에서 의료비 상승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으며 국립대병원만 질(質) 좋은 병원이 될 경우 의대 정원이 증가해도 결국 의료인력 문제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전공의 양성 및 병원 운영 선택과 집중 필요


또 전공의 양성과 교육이 병원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의대 부속병원은 전공의와 의대생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데 정부가 요구하는 안(案)은 진료와 교육 등 모두에서 선택과 집중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결국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전공의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질의 전문의 양성을 위해서는 전문의병원 추진 시 민간병원도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는 민간병원 경영 효율화를 위한 방안으로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 병원장은 “국립대병원과 지역공공병원의 적자 보전을 최소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민간 상급종합병원이 적극 투자하는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방향으로 효율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결국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이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이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과 균형 잡힌 재정 분배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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