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성감별 금지법 촉각…醫 "시대착오적 법 폐지"
2008년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위헌 사건 2건 병합심리 진행
2023.08.16 04:57 댓글쓰기

남아선호 사상이란 구시대적 유물로 인해 생긴 태아 성감별 금지법이 이번에는 사라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계는 시대가 변하고, 국민들의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는 만큼 해당 법안을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작년 3월과 올해 2월 접수된 의료법 20조 2항 위헌 확인 사건 2건을 병합해 심리하고 있다. 


태아 성감별  금지는 의료법 제20조 2항을 근거로 한다.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 태아 성별을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 법은 남아선호사상으로 태아가 딸이면 낙태하는 선별 출산을 막기 위해 1987년 도입됐다. 그러나 태아 성별 감별로 행정처분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가 헌법소원을 처음 제기했다. 


지난 2008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한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법이 의료인의 직업 자유와 부모가 자녀 성별 정보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또 다시 청구인이 등장했다. 이 조항이 유명무실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어 보호자와 의사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의료단체에 태아 성감별 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의료계는 "남호선호 사상이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 법을 유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답변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성비는 104.7명으로 전년보다 0.4명 감소했다. 이는 여아 100명당 남아가 104.7명 태어났다는 의미다.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했던 1990년 출생성비 116.5명과 비교하면,  최근 103~107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성별 선호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협은 "2010년대 중반부터 자녀 성별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 거의 없어지면서 성감별 금지 조항은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특히 32주 규제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 없이 결정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 이후 14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환경이 급변해, 태아 성감별에 허용 가능 임신주수 논의가 무의미하다"며 "오히려 고위험 임신 증가로 유전질환이 늘어 의학적으로 태아 성감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성별 확인을 원하는 건 부모인데 이를 고지한 의사만 처벌하는 규정은 불합리하다"며 "임신 초기에 이뤄지는 낙태의 경우 태아 성감별이 불가능해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도 동일한 의견서를 냈다. 남아선호 경향이 줄어들고, 출산율과 성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을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그 사전행위인 태아 성감별 금지법의 존재는 모순"이라며 "시대 변화에 입법 목적이 상실되고 위법 여부가 모호하며 현재적 의의를 잃은 태아 성감별 금지법은 폐지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태아 성별 확인은 부모 요구에 의료인이 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의료인에게만 위법을 적용한다"며 "낙태죄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산부인과개원의사회(舊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도 "비현실적인 의료법 규정으로 인해 의사가 협박 또는 고발 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태아 성을 알려주지 않을 경우 환자의 항의도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또 "과거엔 남아선호로 태아 성감별이 사회적 문제였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해당 법률은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와 동시에 태아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 접근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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