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반대했던 보건소장 임용 직역군 확대가 시행된 이후 한의사 보건소장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에 지역·일차의료 등 의료공백 역할 분담을 주창해온 한의계는 "한의사가 공공의료 일선에 나설 신호탄이 되고 있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금년 7월 시행된 후 현재까지 2명의 한의사가 지역 보건소장으로 임용된 상태다.
속초시 보건소장 박중현 한의사, 부산 서구 보건소장 양태인 한의사가 그 예다. 박중현 보건소장은 9월 2일부터 업무를 시작했고, 양태인 보건소장은 지난달 20일부터 직무를 수행 중이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2일 "지방 많은 보건소에서 의사 보건소장 지원자가 없어 보건행정 공백사태가 지속됐고, 의사 파업으로 인한 진료공백에 더해 보건행정 공백마저 장기간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서구 및 속초시 사례는 지역보건법 개정 이후 한의사가 공공의료 최일선을 책임지는 보건소장에 임용될 수 있는 소중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역보건법, '의사 우선 임용→어려운 경우 타 직군 임용' 개정
앞서 지역보건법 일부개정안은 지난해 12월 8일, 21대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81인 중 찬성 179표를 얻어 가결됐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前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것을 통합·조정한 대안으로, 의사 외 직군으로 보건소장 임용을 확대하는 게 골자였다.
당초 원안은 보건소장 임용 시 의사와 한의사·간호사·약사 등도 동일선상에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 및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단서 문구가 달렸다.
'의사를 우선 임용하되, 의사를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약사 및 보건의료직렬 공무원 등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최종 반영된 것이다.
그간 지역에서는 보건소장직 임용을 놓고 '의사 대 非 의사' 구도가 펼쳐지며 지자체와 의료계가 충돌하는 일이 많았다.
근래에는 대구광역시와 대구광역시의사회, 경산시와 경상북도의사회 등이 그 예다. 경산시의 경우 임용 공모가 3차까지 길어졌고 지역의사들은 의사 임용 원칙 준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보건소장직에 의사를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었으나, 타 직역 단체들은 "의료취약지에는 의사 지원자가 없어 의사 보건소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열린 '지역보건소장 임용 실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개된 2021년 통계자료를 보면, 전국 258명 보건소장 중 106명(41%)만 의사 보건소장이었다. 이 비율은 지난 10년 간 40% 내외로 유지돼 왔다.
지역 별 편차도 컸다. 의사 보건소장이 임용된 경우는 대부분 서울(23%)·부산(10%)·대구(6.6%) 등 대도시였으며 민간의료기관 및 의사가 없는 취약지는 현재 非의사 직군이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