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수술 중 MRI 검사 누락으로 경막 외 농양을 놓쳐 환자에게 하지기능 장애를 초래한 의료기관에 대해 약 7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박준민)는 환자 A씨 등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 요추 부위 수술을 받기 위해 피고인 학교법인이 광주 동구에서 운영하는 B병원을 방문했다.
A씨는 B병원 신경외과에서 제3~4요추 추간판 파열을 진단받고 외래를 통해 추적 관찰하던 중 같은 해 10월경 방사통이 심해지자 11월 5일 입원했다.
그는 11월 15일 제3-4요추 부위에 척추 내시경 디스크 감압술(Percutaneous Endoscopic Lumbar Decompression)을 받기로 결정 후, 14일 수술을 위해 신경외과로 전과 돼 수술 전 검사로 하지근력 등에 대한 검사를 시행했다.
당시 A씨는 스스로 보행이 가능한 상태였으며, 감각 이상 소견은 없었다.
하지만 수술 당일인 15일 A씨는 인후염을 호소하고 발열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담요를 제거하고 미온수 마사지 등을 시행했으나, 발열이 지속되자 수술을 연기했다.
발열 외에도 A씨는 허리, 등 부위의 불편감을 지속적으로 느꼈으며, ‘온몸이 아파 눕지 못하겠다’는 등의 전신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후 A씨가 양 하지 운동기능 이상으로 병실내의 화장실까지의 보행도 어려워지자 의료진은 요추 MRI 시행 후, 11월 21일 응급으로 척수감압술을 시행했다.
당초 이 사건 1차 수술의 목표는 하지근력 저하 원인으로 보이는 제4-5요추 사이에 위치한 경막외 농양(epidural abscess)을 제거하고, 제3-4요추 사이 추간판절제술(discectomy)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피고 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은 이 사건 1차 수술 과정에서 제4-5요추 사이에 경막외 농양 소견이 보이지 않자 제3-4요추 사이 추간판절제술과 제4-5요추 사이 후방 감압술만을 시행하였을 뿐 당초 계획하였던 농양 제거는 하지 못했다.
1차 수술 후에도 A씨에게 허리 통증, 양 하지 운동기능 이상 등이 지속되자, 의료진은 11월 23일 제3~8흉추에 대한 척추궁절제술(laminectomy) 및 농양 제거술을 시행했다.
이후 A씨는 이상 증상이 지속됐고, B병원에서 제4~10흉추 사이의 경막외 농양 소견을 동반한 제7-8흉추 사이의 척추염(spondylitis)을 발견했으나 본인 의사에 따라 C병원으로 전원했다.
A씨는 C병원에서 제7-8흉추 사이의 척추추간판염과 제4~10흉추 사이 경막외 농양, 경막외 농양 잔존 및 불완전 감압 상태, 양측 하지마비 등으로 진단돼 12월 5일 감압술 및 경막외 농양 제거술, 후방 유합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서 척추추간판염 및 경막외 농양에 대한 치료 및 재활물리치료 등을 받았지만, 현재 A씨는 하지 마비 상태로 장애 정도 심사 결과 “양쪽 하지기능 심한 장애”로 판정됐다.
“경막 외 농양 의심하면서도 ‘요추’ 부위 한정해 MRI 검사 진행”
이에 A씨와 A씨 가족 등은 B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약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의 1차 수술 전에 B병원 의료진이 척추 부위에 경막 외 농양이 의심된다고 하면서도 척추 MRI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요추’ 부위에 한정해 MRI 검사를 시행해 농양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1차 수술 전 의료진은 흉추 경막외 농양 감별 진단을 위해 흉추를 포함한 MRI 검사를 시행했어야 하지만 이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B병원에 입원하기 전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 및 악화되기 전에는 방사통을 호소했지만 하지 부위의 운동기능이나 감각기능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 마비 상태가 경막외 농양 외에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이 같은 경막외 농양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만약 B병원 의료진이 적절한 시기에 경막외 농양을 발견할 수 있는 검사를 시행했다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A씨 예후 역시 달라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B병원 의료진 과실이 A씨에게 발생한 하지 마비라는 악결과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