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고혈압 관리 모범국가로 꼽히지만, 국내 고혈압 유병인구가 1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청년층 고혈압 환자들이 대부분 치료를 안 받거나 꾸준히 관리를 하지 않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혈압 팩트 시트 2024'를 공개했다.
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인구 30%인 1300만 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남성이 720만 명, 여성이 580만 명, 65세 이상이 580만 명을 차지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에 근거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다.
고혈압 기준은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mmHg 이상이거나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로 정했다.
고혈압 유병자 중 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을 나타내는 인지율은 77%, 치료율은 74%, 고혈압 유병자 중 실제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이 각각 140mmHg, 90mmHg 아래인 사람을 뜻하는 조절률은 59%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인지율 및 치료율, 조절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의 극히 일부만 적절하게 치료받았지만,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 고혈압 관리 수준이 빠르게 향상돼 현재는 1150만 명의 고혈압 환자가 실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1090만 명이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으며, 810만 명이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혈압 유병률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전체 고혈압환자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고혈압 예방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20~30대 젊은 층의 저조한 관리 지표에 기인한다고 봤다.
20·30대 주의혈압 149만 명·고혈압 전(前) 단계 159만 명
20·30대에서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지 않지만 수축기혈압이 120~129mmHg, 이완기혈압이 80mmHg 미만인 주의혈압은 약 149만 명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수축기혈압이 130~139mmHg, 이완기혈압이 80~89mmHg인 고혈압 전단계는 약 159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높아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 고혈압 유병자는 89만 명으로 이들 중 36만 명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13만 명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청년층 고혈압 유병자 인지율은 36%, 치료율은 35%, 조절률은 33%로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대한고혈압학회 역학연구회장 김현창 교수(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약만 먹으면 혈압이 정상 범위로 조절될 수 있는 데도 약을 먹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는다"며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