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사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에서 '키(Key)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임현택 전(前) 의협 회장을 탄핵하기 위해 의사사회 내 여론몰이를 한 데 이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당선시키는데 일조하며 세력화하는 모습이다.
비대위원장 혹은 차기 의협 회장 등 누구라도 의정 갈등의 당사자인 전공의 대표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전망과 함께 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의협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은 지난 13일 박단 비대위원장이 특정 의협 비대위원장 후보를 지지한데 대해 경고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귀하가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특정 후보를 불리하게 할 수 있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려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차후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의협 대의원 단톡방을 통해 "박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 72명이 해당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 부회장인 박 교수는 대전협과 꾸준히 소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비대위원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도 대전협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해졌다.
의장단은 특정 후보를 지지한 박 위원장 행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박 교수를 제외한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들 항의와 징계 요구에 따라 공문을 보냈다.
이처럼 전공의 대표가 의협 회장 탄핵까지 주도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터라 향후 새로운 의협 회장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박단 위원장과 임기 초기부터 대립했다가 탄핵된 임현택 전(前) 회장 사례가 있어 차기 의협 회장 후보자들은 전공의와 의대생 등과의 관계 설정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차기 회장 후보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 주수호 前 의협 회장과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모두 젊은 의사들과 관계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교수 출신 후보가 없는데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가 비대위를 이끌면서, 의협 회장 선거에 나올 수 있다"면서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여야의정 협의체는 보이콧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단 위원장이 의협 회장 탄핵에 이어 비대위원장 선거 판세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데 대해 의료계 일각에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어떤 비대위원장이 리더로 뽑히느냐에 따라 협력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식의 행보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의사회원들이 의견을 모아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는 단체"라며 "박 위원장 입맛에 따라 의협이 좌지우지된다면 임현택 전 회장처럼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