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단국의대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가 새로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가운데 "비대위가 의료계 목소리를 한 데 모으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래의료포럼(대표 주수호)은 14일 '위기 상황에서 출범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드리는 제언' 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이 피력했다.
미래의료포럼은 "비대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분오열된 의료계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일"이라며 "현재 의료계에는 여러 직역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 집행부가 못했던 일을 비대위가 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현재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제"라며 "비대위원 구성 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사직과 학생들의 휴학으로 시작된 대치 상태는 어느덧 9개월을 향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과 반목 및 무관심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미래의료포럼은 "의료대란의 가장 큰 원인은 불통과 무능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있으나, 그에 못지 않게 의료계 내부의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후배들은 여전히 힘들게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해지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직역별로 서로 헐뜯고 싸우기까지 하면서 의료계의 하나된 목소리는 요원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회원들의 많은 기대를 안고 출범한 제42대 의협 집행부는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며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취임 6개월만에 회장이 불신임당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제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비대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비대위의 행보에 따라 차기 의협 집행부의 시작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래의료포럼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경제적 지원도 비대위에 요청했다.
단체는 "아직도 상당수 전공의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고, 일부 몰지각한 회원들이나 사무장 병원들은 사직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 정도로만 취급하며 말도 안되는 근무조건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경제적 지원과 일자리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포럼은 "50여 일이라는 짧은기간 활동하는 비대위에 다소 무리한 제언을 한 것일 수도 있다"며 "비대위에서 요청한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도울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미래의료포럼은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안해 균형있는 의료환경을 만들려는 의사들 모임으로, 현재 주수호 의협 전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